본문 바로가기

[유병언 사망] 뼈가 핵심 단서 … 근육 20g 있으면 독극물 검출 가능

중앙일보 2014.07.24 02:04 종합 4면 지면보기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사망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5일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약·독물 검사 결과를 포함한 사망 원인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 회장의 죽음이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가 가려질지 주목되고 있다.


국과수 과학적 규명 어떻게
피부·장기 부패돼 손상 확인 곤란
구더기 통한 시간 추정도 힘들 듯

 국과수의 유 회장 사인(死因) 규명 작업은 부패와의 싸움이다. 유 회장 시신은 80% 이상 백골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아 있는 근육 조직도 부패가 진행된 상황이다. 국내 법의학 전문가 5명은 “사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과수가 사망 원인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피부 조직의 손상이다. 눈으로 시신을 확인해 멍이 든 자국, 칼로 찔린 상처 등을 확인한다. 누군가에게 가슴을 세게 맞았다면 가슴에 멍 자국이 남게 된다. 멍 자국 부위를 분석해 외부 충격이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거슬러 확인한다.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도 피부 조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유 회장의 사인은 이런 방법으로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시신이 부패했고 구더기 등이 번식해 피부 조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유 회장의 시신을 1차 부검한 순천 성가롤로병원 이영직 부검의는 “목 부분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부패가 진행돼 부검 당시 상태로는 자살이나 타살 여부를 밝히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과수의 2차 부검에서도 목 졸림 등 타살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가 멀쩡한 경우 부검을 통해 질병에 의한 자연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심장 혈관에서 석회 물질이 발견된다면 심장질환을 사망 원인으로 의심할 수 있다. 병원 검진 기록이 있다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전북대 이호(법의학) 교수는 “유 회장의 시신은 내부 장기가 손상돼 있는 상황일 것”이라며 “메스를 들고 부검을 해도 질병 등을 확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인지 여부다. 독극물 검사는 일부 조직만 남아 있어도 가능하다. 근육 조직의 경우 20g이면 된다. 기본 검사를 통해 알칼리성, 산성, 중금속성 등 독의 성질을 찾고 이후 정확한 독극물을 확인한다. 현재 기술로는 물 1000t에 녹아있는 1g의 독극물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독극물의 종류에 따라 최종 확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건국대 박의우(법의학) 교수는 “유 회장의 경우 남아 있는 근육 상태도 좋지 않다. 독극물이 사용됐더라도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뼈도 중요한 단서다. 골절 여부나 독극물을 확인할 수 있다. 숨겨진 골절을 찾기 위해 CT나 X선 촬영을 하기도 한다.



 유 회장의 시신에서 독극물이 검출되더라도 사망의 종류(자살, 타살, 사고사)는 확정할 수 없다. 독극물을 스스로 먹었는지, 다른 사람이 몰래 먹였는지는 시신만 보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 상황, 증거물 등을 종합해야 사망 종류를 결정할 수 있다.



 시신이 발견된 지 40일 만에 진행된 2차 부검이란 점도 사인 분석을 힘들게 한다. 서울대 이윤성(법의학) 교수는 “시신을 영안실에서 냉동으로 보존했더라도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법의학계에서는 ‘처음 부검할 때 다시는 부검을 하지 못할 것처럼 하라’는 격언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유 회장의 정확한 사망시간은 측정할 수 있을까. 부패된 시신에 대해선 사망시간 추정에 쓰는 온도 측정법 등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사망시간을 규명할 유일한 단서는 구더기였다. 시신에서 발견된 구더기 크기와 형태를 측정해 파리 산란 시기를 역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뒤늦게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돼 이 방법도 쓸 수 없다. 고려대 박성환(법의학) 교수는 “곤충을 통해 사망 시기를 추산하려면 시신이 발견된 후 현장 조사를 통해 여러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며 “시신 발견 초기 유병언이라는 의심이 들었다면 법의학적으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됐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안효성 기자, 문채석(고려대 영어영문학) 인턴기자



[특집]그배 세월호, 100일의 기록 더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