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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아이의 욕설, 화내지 말고 그 뜻을 얘기해 주세요

중앙일보 2014.07.24 01:27 종합 14면 지면보기
초등학교 4학년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옵니다. “아이 X발.” 거친 표현이라곤 모르던 아이가 갑자기 욕설을 쓰면 대부분 학부모는 당황하게 됩니다. 어디에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부터 캐묻습니다. 대개 “학교에서 친구들이 다 쓴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순진하던 아이가 ‘괴물’이 된 걸까요.



 이럴 때는 우선 아이들이 욕설의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지, 아니면 친구들 사이에 유행처럼 도는 표현을 따라 하는 것인지 파악해 봅니다.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욕설을 쓰는 것은 점차 사춘기로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아이들 사이에선 욕설이 친밀감의 표현인 경우도 있고 집단문화의 일종이기도 하므로 무조건 다그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유대감을 느끼는 수단이 돼 있다면 부모가 화를 내거나 무조건 못 쓰게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진 못합니다. 부모 앞에서만 쓰지 않을 뿐 바뀌지는 않을 거란 얘기죠.



 욕설의 상당수는 성적 의미가 담겨 있거나 나쁜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욕설에 담긴 정확한 뜻을 아이에게 알려 줍니다. “그 말이 이렇게 심한 뜻을 갖고 있는 줄 너도 몰랐지?”라고 설명해 주면 아이들 스스로 깜짝 놀라곤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욕설을 쓰는 걸 다른 엄마가 본다면 너와 친구하지 말라고 할 것 같은데….” 욕설을 쓰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를 차분한 어조로 일깨워 줍니다.



 욕설은 비단 우리 아이만 쓰는 건 아닙니다. 양명희 중앙대 교수 등이 전국 초·중·고 남녀 학생 126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욕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습관적으로 쓴다’(25.7%)와 ‘남이 쓰니까 사용한다’(18.2%)가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학교 급이 높아질수록 학생들 간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쓴다는 비율이 높아져 욕설이 청소년 언어생활의 일부분임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욕을 처음 사용하는 연령은 초등학교 고학년(58.2%), 초등학교 저학년(22.1%)이 많았습니다. 습관적으로 욕을 쓴다는 연령은 중학교(17.1%)와 고등학교(16.2%)가 초등학교(5.5%)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정 교수는 “사춘기를 겪는 남자아이들은 강한 내부의 에너지를 푸는 대안적 수단으로 욕을 쓰기도 한다”며 “면박만 주면 더욱 조절이 힘들어질 수 있는 만큼 아이의 기운이 다 소진돼 보일 때 ‘아까는 너무 심하지 않았니. 그런 말은 엄마도 듣기가 힘들더라’고 말해 주라”고 조언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거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의미를 아는 욕설을 심하게 쓰는 아이라면 욕설 자체보다 근본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나 친구 사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집 안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는지, 욕설을 쓰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분노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담센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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