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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적이다" 아이들까지 노려 … 무자비해진 전쟁

중앙일보 2014.07.24 01:02 종합 21면 지면보기
21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파손된 집에서 팔레스타인 가족이 두려움 속에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교전 발발 보름을 넘긴 23일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635명이 숨졌다. 18세 미만 사망자가 120명이 넘는다. 타임은 “가자에서의 민간인 희생은 곧 아이들의 희생”이라고 보도했다. [가자 AP=뉴시스]



팔레스타인 사망자 20%가 18세 미만
르완다 분쟁땐 어린이 30만 학살
"테러리스트 공급처 엄마 죽여야"
이스라엘 여성의원 SNS 글 논란

“아이들이 전쟁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22일 시사주간 타임은 3주째로 접어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어린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양측의 교전으로 발생한 희생자는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 중 약 75%는 민간인이다. 그 중에서도 최소 121명이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이라고 유니세프가 22일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소년의 납치 및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전쟁은 수많은 어린 희생자를 낳고 있다.



 힘이 지배하는 전장에서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약자인 어린이 피해가 큰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뉴요커 보도에 따르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전쟁의 새로운 양상이다. “지난 50년 간 전쟁은 어린이를 목표로 겨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뉴요커는 그 대표적 사례로 르완다와 시리아 내전을 들었다.



 1994년 르완다에선 종족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다수 부족인 후투족은 라디오를 통해 종족 간의 증오를 확산시키고 소수 부족인 후치족 말살을 선동했다. 당시 방송에 등장한 내용이 “큰 쥐를 잡기 위해선 작은 쥐를 잡아야 한다”였다. 이후 넉 달 간 30만 명의 후치족 어린이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도 잡아야 할 ‘작은 쥐’였다. 이듬해인 1995년 유니세프 보고서는 “지난 10년 간 대략 200만 명의 어린이가 전쟁에서 희생됐다”며 “이는 전사한 군인 수보다 많다”고 발표했다. 또 “아이들은 유탄에 의해서만 사망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 목표로 겨냥돼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성인인 적을 없애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미래의 적’인 아이들도 제거해야 한다”는 전쟁 논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시리아에서도 어린이를 제물 삼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2011년 13세 소년 함자 알 하티브는 반정부 시위에 따라 나섰다 구금됐다. 약 한 달 뒤 그는 시신으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총상을 입은 시신은 고문 받은 듯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정부 측 부검의는 “고문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뉴요커는 정부가 시위에 참가한 부모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경고로 13세 소년을 희생시켰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최소 1만 1000명에 이른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에서도 ‘미래의 적’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발언이 나왔다. 지난 16일 이스라엘 여성 의원 아일렛 새이크는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인은 모두 테러리스트이고, 그들을 낳고 기르는 부모는 테러리스트의 공급처와 다름없다”며 “모든 팔레스타인 엄마는 죽어야 한다”고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달 초 유엔은 전세계의 분쟁 현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사무총장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소말리아·남수단·이라크·시리아 등이 위험국으로 거론된 가운데, 나이지리아가 특별히 꼽혔다. 지난 4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여학생 200여명을 납치하는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성격이 달라진 것도 어린이 희생자 수를 늘렸다. 국가 간 전쟁보다 주택가 등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내전이 잦아지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땐 사망자의 3분의 2가 민간인이었지만, 20세기 말엔 각종 분쟁 및 충돌로 발생한 사망자의 90%가 민간인이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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