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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차량·숙소·장난감 … 놀리느니 같이 씁시다

중앙일보 2014.07.24 00:42 경제 2면 지면보기
한 이용자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부르고 있다. 화면에 나온 지도에 탑승장소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근처에 있는 차량이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준다. [블룸버그]


7살·6살 연년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수연(39·주부)씨는 최근 아이 옷 값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온라인으로 아동 의류를 교환하는 공유사이트 ‘키플’ 덕분이다. 내 아이가 못 입는 옷들을 모아 보내면 그에 해당하는 ‘키플머니’를 적립해준다. 이를 사용해 키플에 등록된 다른 옷을 구입하는 식이다. 김씨는 이밖에도 장난감을 교환·공유하는 사이트를 통해 연회비 2만 원만 내고 아이들 장난감을 빌려 쓰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쑥쑥 자라 매번 새 옷을 사는 데 돈이 많이 들었는데,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우리 애가 커서 못 입게 된 옷도 다른 사람에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니 1석 2조”라고 말했다.

IT 발전 등에 업은 '공유경제'
남아도는 자원 내놓고 싸게 빌리고
협력적 소비로 '소유' 대신할 개념
연평균 80% 성장, 51억 달러 규모



 22일 자정 서울 광화문. 사람들은 도로 한복판까지 나와 택시를 잡느라 ‘귀가전쟁’을 치르지만, 이인범(37·회사원)씨는 벤치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를 부른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Uber)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탑승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니, 얼마 있다 ‘○기사님이 10분내로 도착 예정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약속한 탑승장소에선 고급 세단에서 정장을 입은 기사가 나와 문을 열어준다.



 이씨는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2배 정도 비싸지만, 심야 할증이 없어 밤늦게 이용하면 모범택시 요금과 비슷하게 나온다”며 “일반 차량을 불러 쓸 수 있는 공유 서비스가 등장한 덕에 승차거부 당하면서 무한정 택시를 기다리는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회 기여 이미지 … 지자체서 관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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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의 종말’을 외쳤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차량공유·빈방공유 등 다양한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다. 공유경제는 기존 소유 중심의 경제구조와 달리,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하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전세계 190개국 3만5000개 도시에서 60만 개의 ‘빈 방’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숙박 중개업체로 성장했다. 집주인이 남는 방을 이 곳에 내놓으면 관광객이 자기 취향에 맞는 집을 골라 저렴한 비용에 숙박을 해결하는 식이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기업가치가 1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우버도 39개국 140여 개 도시를 누비고 있다. 구글·골드만삭스가 거액의 투자에 나설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시내 곳곳에 차량을 배치해놓고, 회원들이 시간단위로 차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한 집카(Zipcar)▶유휴 공구와 장비를 함께 사용하는 질록닷컴(Zilok.com)▶중고물품 교환 사이트인 프리사이클(Freecycle) 등 다양한 공유경제 기업이 해외에서 성업 중이다. 심지어는 비어 있는 화장실을 공유하는 에어피앤피(airpnp)란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공유경제 사업이 펼쳐치고 있다. 월 7만3000원을 내면 서울 시내 빈 독서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유독서실’, 비어 있는 주차장을 공유하는 ‘모두의 주차장’, 비싼 정장을 청년 구직자에게 빌려주는 ‘열린옷장’ 등이다. 서울시·부산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점산 연구위원은 “공유경제는 기업의 수익이 사회적 기여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관심이 많다”며 “빌려주는 사람은 놀려뒀던 자원으로 돈을 벌고, 빌리는 사람은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이 절약되는 ‘윈윈’ 모델”이라고 말했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2008년 미국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만들어 퍼뜨렸다. 이에 앞서 2001년에는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판매보다 판매 이후 사용료·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경제 환경이 변화할 것”며 비슷한 생각을 적었다. 공유경제가 날개를 펼치게 된 건 IT 덕분이다. 나만 알던 정보를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대상과 폭이 넓어졌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다.



 만화방·모텔·비디오 가게 같은 대여업과 비슷해보이지만, 공유경제는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사람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자원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험·친목 같은 무형의 자원을 나눈다는 점도 공유경제의 특징이다. 예컨대 ‘집밥’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교류하고, ‘레디앤스타트’는 청년들이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소셜 멘토링을 제공한다.



 메솔루션에 따르면 2010년 8억5000만 달러 수준이던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지난해 51억 달러까지 급팽창했다. 연평균 80%가 넘는 성장속도다. 컨버지엑스그룹은 공유경제 규모가 수년 내 1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증권 이채호 연구원은 “공급과잉·환경오염·빈부격차 확대 등 현대 상업경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1인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공유경제가 쉽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다. 각종 공유 서비스가 기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법체계와 충돌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시장을 잠식당한 기존 업체들의 거센 반발이 심상치 않다.



기존 업체 반발에 불법 낙인 찍히기도



 우버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법 택시 영업을 한다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제재를 받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불법 단기 임대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 뉴욕주 사법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도 오피스텔을 여러 채 임대해 숙박을 제공하는 업자들이 늘면서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 북미 민간 조종사들의 비행기 중계 서비스인 에어풀러(AirPooler)는 안전문제로 미 연방 항공국이 운영중단을 요청했고, 파일 저장·공유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드롭박스도 저작권 침해를 방조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법무법인 정률의 정관영 변호사는 “소유권과 접근권·이용권이 뒤섞이다 보니 과세를 비롯해 법적 책임을 따질 때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며 “각종 제도와 규제가 IT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공유 문화가 자리 잡으면 소비가 위축되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경제에서는 거래에 참여하지 못한 주체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동아대 항만물류시스템학과 최형림 교수는 “공유경제가 이슈가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젊은 세대들의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소유욕인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공유’보다는 다시 ‘소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러 가지 논란에도 공유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엔 음반을 사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듣는 ‘스트리밍’ 이용이 일반화된 것처럼 산업환경이 바뀌었다. 또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사용 빈도가 낮은 제품을 서로 빌려쓰는 경향이 확산할 수 밖에 없다. 최 교수는 “소비자 편익 증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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