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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오리까, 통상임금

중앙일보 2014.07.24 00:39 경제 1면 지면보기


LG전자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G3 스마트폰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물량이 달리자 연장근로(OT)가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올 2월 노사 합의가 발목을 잡았다.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주기로 해서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적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 데 따른 조치였다. 이로 인해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이 10% 이상 올랐다는 게 회사 측 추산이다. 통상임금이 인상되면 연장근로수당도 따라 오른다. 일을 더 시키고 싶어도 인건비 부담에 망설여진다는 얘기다. 황상인 노경담당 전무는 “냉장고처럼 당장 수요가 적은 계절성 상품 부문의 OT를 줄이는 쪽으로 관리하지만 OT에 따른 임금변동성이 너무 클 경우 인력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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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그룹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6월 휴일근로를 포함한 OT를 월 52시간 이내로 축소키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전 계열사의 생산직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인건비가 20%가량 늘 수 있다는 관련 부서의 계산서를 받고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아직 계열사에 시달되지 못했다. 경기변동에 따른 인력운용이 경직될 수 있어서다.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거나 수주물량이 확 불어나면 OT를 늘려서 물량을 맞출 수밖에 없다. 새로 인력을 뽑으면 경기침체기에 구조조정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인력 운용에 관한 한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총 임금이 확 불어나자 기업들이 단기 처방책을 쏟아내고 있다. 성과급이나 OT를 줄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처방이 자칫하면 임금체계를 1970~80년대 방식으로 후퇴시키고, 고용시장마저 경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그룹은 연말 성과급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생산성에 따라 매년 기본급의 600~70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물량이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겹쳐 위기관리 상황에 준해 경영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성과에 따른 임금보상 체계를 확대해 왔는데, 이게 말짱 도루묵이 될 위험에 처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은 올해 4월 이미 성과형 연봉제를 호봉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정기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교섭안을 노조에 전격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론 임금체계가 왜곡돼 기업의 부담이 더 늘 수 있다. 연세대 이지만(경영학) 교수는 “호봉제로 회귀하면 성과형 직무·역할급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져 생산성과 임금이 따로 돌아가는 임금체계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봉제는 정년연장이나 근로시간단축제와도 맞지 않다. 호봉제는 매년 호봉이 올라갈 때마다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게 돼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필요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해 역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일부 기업은 정기상여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변동형 성과급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상여금 600% 중 500%는 변동성과급으로, 나머지는 명절 상여금으로 돌리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노사합의가 나온 뒤 조합원 상당수가 이에 반대해 기업별 노조를 탈퇴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렇다고 인력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B중공업이 그렇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수주물량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인력이 부족하다고 신규인력을 채용하면 경영사정이 나빠질 경우 대처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23일 정기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교섭안을 낸 쌍용차도 “세부사항을 노조와 추가협상을 통해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임금상승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다. 6월 말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협약 타결률은 17.5%로 지난해 같은 기간(37.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추석 명절을 넘겨서까지 교섭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서 기업 상당수가 올해 수익성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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