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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비극 잊지 않는 한국인이 좋다

중앙일보 2014.07.24 00:27 종합 26면 지면보기
JTBC ‘비정상회담’에 외국인 패널로 출연 중인 터키 출신 에네스 카야. 멀끔한 외모로 상대를 가리지 않는 돌직구 화법을 구사한다. [강정현 기자]
한국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한국전쟁과 월드컵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그에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고 한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터키 유생(儒生)’으로 불리는 에네스 카야(30). 11명의 외국인 패널 가운데 한국인보다 더 보수적인 성격 때문인지 이런 별명이 생겼다. 혼전동거에 관해 “터키에선 동거하면 총 맞아 죽는다”고 말하는 식이다.


JTBC '비정상회담'서 인기몰이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
"혼전동거? 터키선 절대 용납 안 돼
그래도 이슬람국 중 가장 개방적"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7일까지 라마단 기간이라며 물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한 입 권유했지만 “이슬람에선 1년 중 한 번,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는 기간이 있다. 사람의 욕심과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굶주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한사코 사양했다.



 -‘터키 유생’이란 별명이 붙었다.



 “전 그 별명이 좋다. 말을 할 때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솔직히 내 의견을 말하는 편이다. 동거 발언이 화제가 됐는데 소신대로 말하다보니 그런 표현이 나왔다. 내가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 빨리 철든 탓도 있는 것 같다. 아버지께선 중학생이던 내게 ‘네 또래보다 나이가 많은 애들과 놀아야 빨리 배우고 철이 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고 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아버지께서 한국에서 사업하는 후배로부터 한국 이야기를 듣고 그런 제안을 하셨다. 당시엔 한국어를 하나도 몰라 그 걱정만 했다. 처음엔 대학 졸업 후 바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벌써 12년째다(웃음).”



 2002년 9월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그는 1년간 건국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2004년부터 4년간 한양대에서 정보기술경영학을 전공했다. “공대생이 ‘뽀대’나서 입학했는데 막상 졸업하려니 ‘뻘쭘’했다.” 공부를 게을리해서 졸업장 받기가 민망했단다. 이후 2009년부터 1년간 터키 출신인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축구 감독의 통역을 도왔다. 기자회견에서 자연스레 방송 관계자들을 접하면서 크고 작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2010년 한국 영화 ‘초능력자’에 주연배우 고수의 친구로 등장하기도 했다. 본업은 터키 주스를 수입하는 무역업이다.



 그는 터키에서도 유명인이다. 한국 방송에서의 활약이 고국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되기도 한다. SNS를 통해 터키 팬들은 그에게 “외국에서 터키의 것을 잃지 않고 지내줘서 고맙다”고 한다.



 - 터키 출신으론 가장 유명한 방송인 같다.



 “사실 방송 출연은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나를 통해 터키를 판단한다. 터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 어떤 이미지 말인가.



 “터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터키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 가장 개방적인 국가다. ‘명예살인’처럼 종교만 앞세우는 나라가 아니다.”



 - 터키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한국과 터키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터키도 평소엔 친절하다가도 뭐 하나 잘못하면 끝장난다. 그런데 그 잘못을 빨리 잊는 편이다. 지난 5월 터키에서 광산 폭발로 300명이 넘게 죽었지만 지금 터키 사람들 다 잘 모른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끊임없이 파고 든다. 아니다 싶은 상황엔 끝까지 타협을 안 하는 모습 때문에 한국이 좋다.”



 그는 인터뷰 중 걸려온 전화도 유창한 한국어로 받았다. “단어는 잘 몰라도 발음은 좋다고 자신한다. 전화 통화할 때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 못챈다.” 어학당에 다닐 땐 학교든 지하철이든 낯선 사람을 붙잡고 “저는 터키 사람인데 어디 가시냐”고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는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피하지 않으면 말 걸고 싶고 궁금한 거 아닌가”라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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