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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오욕의 역사, 소설로 배울 만

중앙일보 2014.07.24 00:26 종합 26면 지면보기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한 요즘 묵사(默史) 류주현(1921∼82·사진)의 반일(反日) 대하소설 『조선총독부』(전3권·나남)가 재출간됐다.


류주현 『조선총독부』 전3권 재출간

 소설은 지금 만큼이나 한·일 관계가 민감했던 1964년 가을부터 월간 ‘신동아’에 연재돼 큰 인기를 얻었다. 한·일협정(65년) 체결을 위해 양국 정부가 협상을 진행하자 그에 대한 반대 시위가 대학가를 휩쓸던 당시 상황이 소설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신태양사에서 5권으로 출간해 5만 질이 팔리고, TV드라마·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남출판 조상호 회장은 “연초부터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삐걱대면서 출판인으로서 뭘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국민소설’이었던 『조선총독부』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 문학을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자는 50년 전 기획과 닮은꼴이라는 얘기다. 조 회장은 특히 “요즘 한국의 젊은 역사 교사들은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며 “좌·우 이념으로 오염된 역사 교과서와 다른, 정확하고 실감나는 역사를 알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의 배경은 1900년부터 45년 광복까지 일제 강점기를 관통한다. 연인 사이인 남녀 주인공 박충권과 윤정덕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고종황제·김구·안중근 등 실존 인물이 상당수 등장해 사실감을 더한다. 요즘 감각에도 뒤지지 않는 날렵한 문체로 조선인의 고통, 일제의 만행, 역사의 크고 작은 굴곡을 요리한다.



 류주현의 아들인 건국대 류호창(60·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대학시절 처음 아버지의 소설을 읽었을 때는 워낙 방대해 내용 따라가기 급급했지만 세월이 지난 뒤 다시 읽으니 등장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통해 감동을 전하고자 했던 집필 의도가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주현의 생가가 있는 경기도 여주에는 문학비와 유허비(遺墟碑·추모비) 등이 세워져 있다. 여주시가 후원해 류주현문학상을 운영 중이다. 류 교수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건립해 유물을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세수입 중 일부는 류주현선생기념사업회에 넘겨진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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