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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 크레파스 녹여 새 크레파스 선물

중앙일보 2014.07.24 00:13 종합 27면 지면보기
제21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NGO단체 ‘옮김’. 이정명 대표(뒷줄 오른쪽 끝) 등 멤버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렇게 크레파스가 다 녹으면 틀에 부은 뒤에 10분 정도 기다려주세요.”


대상에 청년NGO '옮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회의실. 봉사단체 ‘옮김’의 이정명(27) 대표가 쓰다 버린 크레파스를 열심히 녹여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실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작업에 참여한 증권사 직원들이 이 대표의 설명에 따라 크레파스를 녹인뒤 이를 제작 틀에 정성스럽게 부었다. 한쪽에선 다 굳은 크레파스를 틀에서 꺼내 포장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빨강부터 검정까지 8가지 색깔의 크레파스 선물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옮김의 지예정(24) 사무국장은 “버려진 몽당 크레파스가 이렇게 깔끔하게 재탄생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옮김’은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20대 청년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버려진 비누나 크레파스 등을 모은다. 이걸로 재활용품을 만들어 개발도상국 아이들이나 국내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 2010년 국제 NGO단체 ‘Clean the World’의 한국지부로 첫 발을 내딛었다. 특급 호텔 등에서 투숙객들이 몇번 쓰고 버리는 비누를 수거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재가공한 뒤 위생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전달해왔다. 2012년 단체명을 지금 이름으로 바꾼 뒤 크레파스와 이면지, 현수막 재활용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크레파스 수거에 애를 먹었지만 취지가 알려지면서 전국 에서 크레파스를 보내온다고 한다. ‘옮김’은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대표는 “우리 단체의 활동처럼 당장 가진 게 없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며 “버려진 물품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남도 돕고 환경도 살리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글=고석승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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