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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4대강 사업 논란, 제대로 끝내봅시다

중앙일보 2014.07.24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2009년 1월 영산강을 찾았다. 4대강 사업 논의가 한창이던 때다. 영산포 등대를 처음 봤다. 1915년 세워진 국내에선 유일한 내륙 등대다. 소금과 젓갈·홍어를 싣고 목포에서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배들을 위한 등대였다. 1970년대 말까지 불을 켰다. 앞서 1870년대 제작된 고지도엔 등대 앞 수심이 9~12m로 적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확인한 수심은 10㎝가 채 안 됐다. 갈수기임을 감안해도 너무 얕았다. 여름에도 수심이 1m밖에 안 된다고 했다. 상류는 물이 말라 실개천이었다. 중류는 강바닥에 모래와 오염물질이 잔뜩 쌓여 있었다. 하류는 하구둑에 막혀 상황이 더 나빴다. 야당 소속이던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당론과 달리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이유를 알 만했다.



 5년이 흐른, 4대강 사업 완공으로부턴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또 다르다. 이달 초 취임한 이낙연 전남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은 영산강 재자연화, 즉 복원을 공동 과제로 내놓았다. 영산강을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거다. 기대했던 효과보단 부작용만 더 심각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보 탓에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가 심해지고 수질이 더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큰빗이끼벌레 같은 외래종이 번창하는 등 생태계 변화도 심해졌단 판단이다.



 큰빗이끼벌레, 악취 나는 뻘, 그리고 녹조는 영산강 얘기만은 아니다. 낙동강, 금강, 한강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최근 환경단체가 중심이 된 4대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특히 농구공 크기만 한 큰빗이끼벌레 덩어리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책위 측은 보 건설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강물을 가둬두는 보를 철거해 다시 강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 철거는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전면 철회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측 반응은 한가하기만 하다. “큰빗이끼벌레의 증가가 4대강 사업 때문인지 분명치 않다” “섣불리 판단할 건 아니고 조사가 필요하다” 등의 답변이 고작이다. 환경부가 곧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총리실 산하에 구성된 4대강 환경조사위원회는 중립성 시비에 휘말려 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전문가들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사실 4대강 사업의 효과와 부작용을 두곤 논란이 많다. 주장이 서로 너무 엇갈린다. 결론 없는 공방만 이어진다. 그래서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이젠 논란을 끝내는 작업을 시작할 때다. 찬반을 아우르는, 공정성에 시비가 없는 조사단을 새로 꾸려야 한다.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검증할 마스터 플랜도 짜야 한다. 한두 달에 끝낼 간단한 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곤 차곡차곡 조사해서 다들 수긍할 만한 결과와 대책을 내놓자. 설령 특단의 대책이라도 합의된 거라면 추진하자. 그게 소모적인 4대강 논란을 끝내고 강을 강답게 살리는 길이지 싶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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