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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테라 눌리우스 주인 없는 땅

중앙일보 2014.07.24 00:09 종합 28면 지면보기
독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한·중·일이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독도는 누가 뭐래도 우리 땅인데 일본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지만 이런 분쟁지역은 사실상 쓸모보다는 국가의 신성한 영토이기 때문에 하늘이 두 쪽 나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 간 분쟁에 휩싸인 영토는 많아도 아무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땅이 지구상에 두 군데나 있다. 남극 대륙의 마리버드 랜드(Marie Byrd Land)와 이집트와 수단 사이에 있는 2060㎢쯤 되는 사막 비르 타윌(Bir Tawil) 지역이다. 마리버드 랜드는 남극 대륙에 있는 얼음으로 뒤덮인 지역이라 그렇다 치지만 비르 타윌은 이집트와 수단이 서로 자기네 땅이 아니라고 우기는 정말 희귀한 지역, 즉 무주지(無主地·테라 눌리우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1899년 영국은 이집트와 수단을 북위 22도선으로 갈라 놓았다. 그런데 1902년 영국은 다시 국경을 조정했는데 이때 문제가 생겼다. 즉 비르 타윌 지역은 22도선 밑에 있지만 아스완 지역에 사는 아바브다족의 방목지이므로 이집트령으로 했고, 22도선 위의 할라입 삼각지는 수단계의 할라입 유목민의 거주지이므로 수단에 속하게 조정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이집트는 할라입 삼각지가 22도선 위에 있으므로 1899년 경계선을 주장하고, 수단은 1902년의 경계를 들어 영유권을 주장한다. 국제법상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두 나라가 있을 경우 한 나라가 두 곳을 모두 영유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한 지역은 포기해야 한다. 자연 비르 타윌은 홍해와 접해 있는 할라입 삼각지보다 크기도 10분의 1에 불과하고 사막뿐이라 중요도도 훨씬 떨어지므로 두 나라 모두 서로 자기 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3국이 영유권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할라입을 차지하기 위해 두 나라가 비르 타윌이 서로 자기 영토가 아니라고 우기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르 타윌은 행정적으로는 이집트의 영유로 돼 있으나 이집트 정부의 공식 지도에는 영토로 표시돼 있지 않다.



 이 땅에 새로운 왕국을 선포한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제레미아 비튼이란 남자는 올 6월 비르 타윌에 사제(私製) 깃발을 꽂고 ‘북수단 왕국’을 선포한 다음 이집트와 수단 그리고 아프리카연합에 인준을 요청했다. 그의 일곱 살 된 딸의 소원이 공주가 되는 것이기에 그 꿈을 이뤄 주려 한 것이라고 한다. 이달 말까지 라마단이라 아직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되든 안 되든 세상에는 항상 틈새란 있기 마련 아닌가.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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