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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 OFF, 심신 힐링 ON

중앙일보 2014.07.24 00:07 14면 지면보기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독서를 통해 심신을 다스리는 ‘디지털 디톡스’가 화제다. 경기도 파주 ‘지혜의 숲’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현진 기자


몇 해 전 미국의 일부 호텔과 리조트에서 체크인 시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면 숙박료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TV 대신 보드게임과 책을 비치한 룸도 선보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명상·독서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여행이 화제다. 디지털 홍수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며 여행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다.

'디지털 디톡스' 여행



TV·인터넷 없는 곳에서 보내는 하룻밤



주부 정희수(45·서울 염창동)씨는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떠난다.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여행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은 사용하지 않는다. 정씨는 “자연 속에서 숨쉬고 생활하는 것이 좋다”며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난 여행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태블릿 PC에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나 정서적인 여유를 찾는 여행을 계획하는 이가 많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은 디지털 문명의 편리함을 지양하는 곳이다.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전화는 먹통이 된다. 객실에는 TV·에어컨·냉장고가 없고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는다. 운동과 명상, 트레킹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과 활기를 되찾는다.



촌장 이시형 박사는 이곳을 한마디로 "불편하고 지루한 곳”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의도된 불편함을 감수한 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역시 객실에 TV가 없다. 약 30~50권의 인문·예술 도서가 채워져 있을 뿐이다. 특히 5층에 있는 작가의 방은 박완서·박경리·신경숙·김훈 등 작가의 책과 소장품으로 꾸며져 한 작가의 작품 세계와 생애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생태체험마을인 ‘여우숲’(충북 괴산군)과 ‘검마산 휴양림’(경북 영양군)도 숙소에 TV가 없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우숲에서는 객실 천장에 있는 창을 통해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하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검마산 휴양림에서는 60년 된 금강소나무 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도서관에서 독서·휴식을 한꺼번에



첨단 기기에 지친 사람들은 책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길도 늘고 있다. 디자인이나 여행 등 전문 서적만 모은 이색 도서관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독서와 휴식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은 주말 나들이 장소로 환영받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지혜의 숲’에서 만난 한명수(43)·서지연(40·서울 진관동) 부부는 휴식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문을 연 지혜의 숲은 천장까지 닿는 8m 높이의 서가에 기증받은 책 20만여 권이 비치돼 있다. 365일 24시간 연중 무료로 운영되며 누구나 들러 책을 읽을 수 있다. 한씨는 “켜켜이 쌓인 책을 바라보면서 책 냄새를 맡고, 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서울 삼청공원 초입에 자리잡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낡고 오래된 공원 매점을 리모델링해 지난 5월 개관했다. 책을 읽다 고개를 돌리면 창 밖으로 울창한 숲이 보인다. 테라스로 나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자녀와 함께라면 한옥 도서관도 추천할 만하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은 전체 도서 중 20%를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어린이 도서로 채웠다.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마당 한쪽이나 멍석 위에 자리를 잡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한진·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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