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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재능기부 하니 좋은 일 곱빼기로

중앙일보 2014.07.24 00:07 2면 지면보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나눔 봉사를 실천하는 신동오 대표와 부인 오유림씨. 사진=채원상 기자
지금 당신이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하루 매출이 10만원 남짓으로 인건비와 재료비를 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거나 적자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재능기부를 권한다면 당신은 흔쾌히 응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기자의 대답은 “No”다. 만약 나였더라면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진 뒤로 기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동오(33)씨는 망설이지 않았다.


[인생은 아름다워] 중식당 동방불패 신동오 대표
"지역 복지관 아이들에게 무료료 식사 제공…매출까지 덩달아 올라"

매주 목요일이면 20명 남짓한 아이가 아산시 배방읍에 있는 중식당 ‘동방불패’를 찾아온다. 어느덧 3년째 신씨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나눔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신씨는 자신의 그런 나눔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에요. 제가 줄 수 있는 게 짜장면이니까 짜장면을 주는 것뿐이에요.”



착한 여자친구 만나 시작한 봉사



신씨가 나눔 봉사를 시작한 건 2011년. 당시 여자친구이자 지금의 아내 오유림(31)씨의 권유 때문이었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당신한테는 중식을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까 재능기부를 해보는 게 어때?’ 하고 묻더라고요. 어떻게 하는 거냐고 했더니 그냥 음식을 만들어 주면 된대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두 사람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365일 언제 어느 때고 아이들이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사실 당시 신씨가 처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해 전 재산을 털어 중식당을 열었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먹고사는 걱정부터 하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신씨는 “지금도 없는데 더 없기 전에 도와줘야 한다”며 나눔 봉사를 이어갔다.



나눔을 실천하면서 신씨에게는 좋은 일들이 생겼다. 가게 매출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부인 오씨와의 사랑도 굳건해졌다. 신씨와 오씨는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달랐다.



신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고 고교 졸업 후 중국음식점에서 일했다. 하지만 오씨는 부족한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그러다 보니 오씨 집안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환경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가치관은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눔 봉사는 두 사람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만약 제가 처음에 봉사를 제안했을 때 거절했다면 결혼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 삶의 방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는 없잖아요.” 오씨의 말에 신씨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착한 여자를 만나 좋은 일을 하니 더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더 큰 행복을 위한 투자 ‘나눔’



2012년부터 신씨는 아산시 행복드림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행복드림사업은 ‘자율적 기부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자기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발길을 끊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역 복지관이나 아동센터를 통해 공식적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어울려 오면 아이들 스스로가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씨는 비록 아이들이 찾아오는 횟수는 주 1회로 줄었지만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미리내 가게’로 등록하기도 했다. 미리내 가게는 ‘본인이 결제할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미리 내 어려운 이웃이 쓸 수 있도록 한 가게’로 전국에 150여 곳이 있다. 아직은 동참하는 가게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신씨 부부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눔에 참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눔이 더 큰 행복을 위한 투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하죠? 나눔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누는 게 아니라 나누면서 더 많은 걸 갖게 된다고 할까요? 많은 분이 나눔에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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