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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꼬이면 이미 '세균 덩어리' … 물기 쭉 빼고 버려야

중앙일보 2014.07.24 00:04 1면 지면보기
따뜻하고 축축한 여름철 음식물쓰레기는 세균·곰팡이·바이러스의 온상이다. 면역력이 약할 때 세균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 사진=김수정 기자


여름철엔 음식물이 쉽게 상한다. 음식물쓰레기를 방치하면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싱크대 하수구 구멍에도 음식물쓰레기가 잘 끼고 미끌미끌해진다. 미생물이 번식했다는 증거다. 화장실·주방보다 음식물쓰레기에 세균이 더 많다. ‘세균덩어리’로 불리는 이유다.

음식물쓰레기 여름철 건강 위협
축축한 쓰레기통 속 세균
20분마다 배로 늘어나
피부염·장염 일으킬 수도



음식물쓰레기는 대부분 탄수화물·단백질·지방으로 이뤄진 유기물이다. 이 유기물이 공기 및 음식 속 미생물과 반응하면서 냄새를 풍긴다. 음식물 썩는 냄새는 미생물이 밥을 먹고 내뿜는 ‘방귀’나 마찬가지다.



미생물이 내뿜는 '방귀'



유기물 영양소 중에서도 단백질이 분해되면 냄새가 제일 역하다. 홍어 삭힌 냄새나 두부·고기 썩은 냄새를 떠올리면 된다. 단백질은 보통 질소(N)나 황(S)과 결합돼 있다. 이땐 냄새가 안 난다. 미생물이 단백질을 먹으면 분자가 점점 쪼개져 질소화합물 혹은 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계란을 먹고 나오는 독한 방귀 냄새가 바로 황화합물이다. 질소화합물 중에는 암모니아질소와 질산성질소가 있다. 음식물이 썩는 동안 암모니아질소가 많이 나온다. 악취의 주요인이다.



반면 시간이 더 지나 음식물이 완전히 푹 썩으면 질산성질소가 나온다. 이땐 오히려 냄새가 적다. 미생물이 더 이상 먹을 게 없어 발효를 멈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냄새가 줄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음식물쓰레기가 오래됐다고 보면 된다.



방충망 구멍 통과하는 초파리



음식물에 잘 꼬이는 벌레 중 날파리라고 부르는 ‘초파리’(공식 학명)가 대표적이다. 초파리는 과일 도둑이다. 과일의 신맛을 좋아해 이름에 초(醋)자가 들어갈 정도다. 초파리는 평소 아파트 화단 같은 수풀에 숨어 지낸다. 후각이 발달해 과일 냄새만 맡아도 쏜살같이 날아온다. 과일을 깎으면 공기 중 미생물과 과일 껍질이 발효해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아파트 10층에서 과일을 깎으면 1층 화단에 있던 초파리가 냄새를 감지해 날아간다. 초파리는 몸집이 작아 방충망 구멍을 통해 집안으로 쉽게 침입한다. 초파리들이 집안에 이상하게 많다면 음식물쓰레기, 특히 과일 껍질을 2주가량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초파리는 알을 낳은 지 보름 후 성충이 되기 때문이다.



파리 중 쉬파리(회색 가슴에 검정줄무늬가 있음)는 된장·간장 등 장류를 좋아한다. 검정파리(초록빛이 나며 날 때 시끄러운 소리를 냄)나 쉬파리는 상한 고기를 좋아한다. 바퀴벌레는 가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박민수 가정의학박사(NC케어클리닉 대표)는 “음식물쓰레기에 번식하는 벌레는 세균을 집안 곳곳에 옮기는 주범”이라며 “여름철 음식물쓰레기는 모아 두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35도의 축축한 환경 조심



음식물쓰레기는 ‘세균덩어리’다. 세균은 따뜻한 온도(35도)에서 먹잇감이 있는 축축한 곳이 천국이다. 박민수 박사는 “물기를 말리지 않은 채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렸다면 세균의 온상이 된다”고 말했다.



세균은 빠르면 20분에 두 배로 불어난다.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균보다 수백 배 혹은 무한대로 많다. 가령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 중 식중독 원인균이 있다 하더라도 그 수가 적을 땐 인체에 무해하다. 위산 및 장관 상재균을 만나면 식중독 원인균이 사멸해서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순간 식중독 원인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쓰레기통 속 균은 대부분 기회감염균이다. 건강한 사람에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피부에 상처가 난 사람에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가령 상처가 난 피부에 황색포도알균이 접촉되면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실수로 섭취했다면 살모넬라균·이질균·독소를 내는 황색포도알균이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박 박사는 “만약 과일껍질을 길게 깎아 무심코 버렸는데 쓰레기통 밖으로 삐쳐 나왔다면 20분 후 세균에 감염돼 있을 확률이 크다”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음식물쓰레기통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멀리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음식물쓰레기는 80% 이상이 수분이면서 쉽게 썩는 유기성 물질로 구성돼 있다. 물기만 빼도 쓰레기 양을 크게 줄이고, 세균·곰팡이·바이러스 등 미생물 번식도 막아 1석2조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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