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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자생력 갖출 때까지 인내심 필요"

중앙일보 2014.07.24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부쩍 많아졌다.


[만났습니다] 사회적경제계 세계 석학 자크 드푸리니
양극화·청년실업 등 시장의 한계
극복 위한 솔루션인 사회적경제
민간·공공 초월한 '제3 섹터'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만 1000여 개, 협동조합 3500여 개가 넘는다. 최근에는 국회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발의되는 등 사회적경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 저성장에 국면한 한국경제는 국가와 시장에 의한 문제 해결이 한계를 보임에 따라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에서 해결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대안적인 해법의 하나로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를 통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적 경제 분야 세계 석학으로 통하는 자크 드푸리니(Jacques Defourny) 벨기에 리에주 대학 경제학과 교수 겸 사회적경제센터장을 지난 3일 만났다.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연구네트워크(EMES) 위원장을 맡는 등 사회적경제 분야 연구를 해왔다. 드푸리니 교수는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를 민간과 공공을 초월한 ‘제3 섹터’로 말했다. 그가 말한 사회적경제는 ‘하이브리드형’ 시스템이었다.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의 장점을 결합해 조직을 꾸리면 이용자, 내부직원, 자원봉사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더욱 가치있는 방식으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경제를 시장경제의 맞은편에 서 있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사실인가 오해인가.



 “사회적경제는 19세기 즈음에 프랑스·영국 등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라틴아메리카나 캐나다에서 사회적경제 개념이 다시 부활했다. 사회적경제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사회적경제는 정부도, 민간도 아닌 제3의 섹터다. 실제 모든 분야와 상호작용하면서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분명한 것은 공익을 위한 관심사를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게 사회적경제의 핵심이다.”



 -현재 국내 사회적기업의 육성 방안은 많지만 실제 현장과 온도차가 크다. 무엇이 문젠가.



사회적경제의 개념도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효과가 빠르면 좋겠지만 일단 기다려야 한다. 사회적경제 그룹 안에는 수많은 활동 조직이 있다. 사회적경제의 목적은 이 모든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고유의 역동성이란 기업가정신을 갖춘 조직구성원들 모두가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장경제 관점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경쟁력을 완전하게 갖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다. 이들을 고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자와 비숙련된 기술자 간의 조직 혼합,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한국에 알리고 싶은 벨기에 사회적기업이 있다면.



 “중증장애인을 주로 고용하는 회사를 소개하고 싶다. 이 사회적기업은 60% 이상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에 중증장애인이 만든 제품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문제를 인식한 경영진들은 자구책을 마련했다. 포장 전문 하청업체에 의뢰해 제품의 외관을 보완했다.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중증장애인의 기술력이 나아지면서 동일한 가격에 질이 높은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사회적기업은 보조작업장(Sheltered Worker Shop)에서 시작해 적응력을 갖춘 사회적기업(Adapted Worker Company)으로 성장했다. 25년 전 70%의 보조금 지원을 받던 이 사회적기업은 25년이 지난 현재 35%만 받는다. 나머지 65%는 시장 매출에서 끌어온다. 자생력을 스스로 키워낸 일반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 예비 경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회사 운영뿐 아니라 사회적인 목표를 동시에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에 유럽에서는 사회적기업 운영과 관련해 석사과정이 많이 설치돼 있다. 브라운대, 듀크대, 코넬대 등 톱 스쿨은 사회적기업에 관한 코스도 마련했다. 1993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진은 800개 이상 사회적기업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혁신 비즈니스(Business for Social Impact)’ 커리큘럼까지 개발했다.”



 -한국의 소셜 벤처 청년들에게 한 마디.



 “전 세계 사회적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은 매킨지나 앱손과 같이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고귀한 곳에서 일하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고 말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지만, 당신은 경제적 성과, 사회 전체를 위해서 일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이다. 젊은이들은 수많은 이데올로기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들은 비록 소수일지 모르나 변화를 꾀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 생각한다. (마틴루터킹이 말한 것처럼)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항상 변화를 열망하는 소수의 젊은이란 말이 있듯이”



김만화 객원기자



◆ EMES = 유럽 내 사회적기업의 출현(Emergence des Enterprises Sociales en Europe)이라는 뜻의 약어. 1996년 유럽연합(EU)의 후원으로 진행된 동명의 대형 프로젝트 이후 출범된 연구자 네트워크다. 유럽의 사회적 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EMES는 각국의 상세한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 지원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자크 드푸리니는… 벨기에 리에주 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리에주 대학 경제학부 교수 겸 리에주 대학 부설 사회적경제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96년 유럽연구네트워크(EMES)를 공동 설립,2002년부터 2010년까지 위원장을 맡는 등 사회적경제 분야 세계 석학으로 통한다. 드푸리니 교수는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을 받아 1996년부터 유럽연합 소속 15개국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한 연구에서는 다양한 이름으로 산재돼 있던 여러 조직들을 비교 연구 및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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