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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때 못 본 것들

중앙일보 2014.07.21 09:5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시 주석은 한국으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눈에 띌 만한 뉴스를 내놓지는 못했다. 정작 일본의 우경화 등 중요한 이슈들은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빠졌다.



시 주석의 방한 활동을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 국영 CCTV는 시 주석이 내년에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와 한반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공동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4일 서울대 강연에서 “과거 일본 침략에 양국이 함께 대처했으며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킨 6.25 전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막연하게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시 주석은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중국과 북한이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던 것을 의식한 것이다. 중국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은 예전에 북한과의 관계를 ‘입술과 치아’ 만큼 가깝다고 말했다.



시 주석 방한 이튿날인 4일에는 양국 기업인 400여 명이 참석하는 ‘경제통상협력포럼’이 열렸다. 양국 정상은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대기업 최고 경영자(CEO)들은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신흥 기업의 CEO들에게 자세를 낮췄다. 오영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은 “중국의 기업인들의 태도가 몇 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수교 이후 양국 정상이 자리를 함께 한 최초의 비즈니스 포럼”이라고 강조했다. LG는 특히 이번 시 주석의 방한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에게 전략 제품과 신기술을 설명하는 자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LG의 77인치 곡면 올레드 TV를 보고 “스크린이 정말 얇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시 주석의 방한 직전부터 중국에서는 한국의 카카오톡·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단됐다. 천안문 사태 25주년(6월 4일) 3일 전에는 구글 검색, G메일, 유튜브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하지만 이에 관심을 갖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선두에 서 있으면서도 그 체제와 통치방식은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만리장성과 컴퓨터 방화벽의 합성어로 사회 안정을 명분으로 인터넷을 검열하기 위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중국 국내에서는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은 끊임없이 종교를 탄압하고 정치범을 박해하고 있다. 또 북한 정권도 중국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불행히도 큰 이익이 개입될 경우 인권은 종종 무시된다. 시 주석과 그의 측근들은 부유하지만 비열한 모습을 보이는 친척에 비유될 수 있다. 다른 친척들은 이들이 막대한 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언론을 억압하려는 정책은 공산당 리더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과 중국 정부 사이의 대화는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야 한다.



양국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훨씬 앞서 있다. 톈궈리(田國立) 중국은행장은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그 관계는 ‘입과 혀’와 같다”고 말했다. 아마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혀는 항상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 또 입은 떠들기 위해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말하기를 멈출 수도 있어야 한다.






버틸 피터슨 보스톤 글로브 등 미국의 주요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집트 미국상공회의소가 발간하는 ‘월간 비즈니스’편집장을 지냈고, 2012년 부터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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