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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千丈之堤 潰自蟻穴[천장지제 궤자의혈]

중앙일보 2014.07.21 09:53
중국 전국(戰國)시대의 사상가 한비자(韓非子)는 법가사상을 집대성했다. 그러나 그는 노자(老子)의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천장(千丈) 높이의 둑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千丈之堤 潰自蟻穴)’는 유명한 말 역시 노자의 영향을 받아 나왔다. 이는 그의 사후 현재와 같은 형태로 정리된 책 『한비자』의 유로(喩老)편에 등장한다. 유(喩)는 비유(比喩)를, 로(老)는 노자를 말한다. 비유를 들어 노자의 말을 풀이한다는 것이다.



“형체가 있는 것 중에 큰 것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생긴다(有形之類 大必起於小). 오래 존속하는 것 중에 많은 것은 틀림없이 적은 것으로부터 비롯된다(行久之物 族必起於少). 따라서 노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기고 천하의 큰 일은 언제나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고 했다(故曰 天下之難事必作於易 天下之大事必作於細). 그래서 사물을 제어하려는 자는 그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다(是以欲制物者於其細也). 노자는 또 ‘어려운 것을 도모하려면 쉬운 것부터 하고 큰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故曰 圖難於其易也 爲大於其細也)’고 말했다. 천장 높이의 둑도 개미구멍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千丈之堤 以?蟻之穴潰), 백 척짜리 큰 집도 굴뚝 틈에서 나온 불똥으로 인해 타버린다(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그러므로 치수(治水)의 명인 백규(白圭)는 둑을 순찰할 때 구멍을 틀어막았고, 집안의 노인들은 불을 조심해 굴뚝의 틈을 흙으로 발랐다(故曰 白圭之行堤也塞其穴 丈人之愼火也塗其隙). 그래서 백규가 있을 때는 물난리가 없고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화재가 없다(是以白圭無水難 丈人無火患). 이는 모두 쉬운 일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재난을 피하고 사소한 일을 조심함으로써 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此皆愼易以避難 敬細以遠大者也)”.



여기서 나온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은 모든 큰 일은 다 사소한 게 원인이 되고 있음을 잘 지적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나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등 잇따라 터져 나오는 사건 사고가 다 그렇다. 평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었을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다 보니 결국엔 큰 일을 자초하고 만다. 우리 사회의 풀려버린 나사가 한 둘이 아닌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러울 뿐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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