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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 두 얼굴 … 브레이크 멋지게 보이려 구멍 뚫어도 OK

중앙일보 2014.07.21 01:21 종합 2면 지면보기
이모(42·대구시 대명동)씨는 올 초 승용차를 운전해 대구 팔공산을 지나는 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냈다. 약간 파인 도로를 지나자마자 차가 균형을 잃고 오른쪽으로 쏠리더니 가드레일에 부딪혔다. 이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조수석 문과 자동차 앞 보닛이 부서졌다. 파인 도로를 지날 때 덜컹하는 충격에 바퀴 휠에 금이 가며 차가 균형을 잃은 게 문제였다. 금 간 휠은 지난해 가을 승용차를 튜닝(개조)하면서 바꾼 것이었다. 이씨는 “정상적인 부품이었다면 휠이 망가질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휠 성능이 의심된다는 소리였다. 그는 “정부가 튜닝 규제를 풀면서 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도 튜닝에 쓸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출력 높인 엔진은 화재 우려까지
튜닝 문턱 낮추면 일자리 늘지만
안전 소홀 땐 소비자 외면할 수도
선진국, 튜닝 부품 인증기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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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닝 관련 규제가 풀려도 너무 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휠은 물론 안전과 직결된 브레이크나 엔진 개조 까지 사실상 무제한 허용됐기 때문이다. 튜닝을 하면서 원래 차량에 쓰인 것보다 제동력이 떨어지는 브레이크로 바꿔 달아도 현행 규정상 아무 문제 없 다. 무늬처럼 보이려 브레이크 디스크에 구멍을 뚫어 제동력이 떨어져도 무사 통과다.



 정부는 튜닝 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면서 지난해부터 튜닝 관련 규제를 확 없앴다. 차량을 조금만 개조하려 해도 교통안전공단 승인을 받아야 하던 것을 대부분 승인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바꿨다.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해야 튜닝을 많이 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를 통해 2012년 5000억원이던 튜닝시장 규모를 2020년 4조원으로 키우고, 같은 기간 튜닝 관련 일자리는 1만 개에서 4만 개로 늘린다는 목표까지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브레이크 등 30여 부분을 특별한 검사와 승인 없이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풀린 규제 중에 안전과 직결된 것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지면에서부터 차량 바닥까지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보통 승용차는 18㎝인데 12㎝ 이상이면 괜찮다. 그러나 차체 높이가 낮아지면 소형 트럭 등을 뒤에서 들이받았을 때 차량이 트럭 아래에 박히듯이 들어가 운전자가 크게 다칠 수 있다.



 엔진은 튜닝할 때 배기가스 환경 기준을 맞추는 규제 정도를 남겨 놓았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휘발유가 엔진 안에 더 많이 뿜어져 들어가도록 바꿔도 오염물질만 기준 이상 뿜지 않으면 이상 없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김중철 정비수석기사는 “원래 엔진 설계보다 출력을 높이는 튜닝을 한 상태에서 과속하면 엔진이 과열돼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머플러가 내는 소음에 관한 기준 또한 논란거리다. 자동차 연식에 따라 오래된 차는 103㏈(데시벨)까지, 새 차는 100㏈까지 허용하고 있다. 103㏈이면 아주 시끄러운 클럽 내부 수준이다. 이런 소리를 내는 차가 갑자기 지나가면 다른 운전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일반 승용차는 정숙성과 소음 공해를 생각해 소음을 70~80㏈ 로 낮춰 놓았다.



 튜닝 규제를 확 푼 데 대해 전문가들은 큰 흐름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동의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 관련 규정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영남대 황평(기계공학부) 교수는 “미국·독일·일본은 튜닝용 부품만 인증하는 기관이 별도로 있다”며 “이런 것 없이 무조건 규제만 풀면 안전에 문제가 생겨 오히려 소비자들이 튜닝을 외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아직은 튜닝 업체 중 영세한 곳이 많아 안전 문제를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럴 땐 안전과 환경에 대해선 정부가 최소한의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가 산업이 어느 정도 발달한 뒤 추가로 규제를 없애는 게 적절한 수순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윤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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