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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기자 접근 막으려 위협사격 … 신용카드 도둑 설쳐"

중앙일보 2014.07.21 01:18 종합 3면 지면보기
1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추락 현장인 우크라이나 동부 흐라보브 인근에서 주민들이 비닐 포대에 싸인 채 방치된 시신 옆을 지나고 있다. 이날까지 우크라이나 측이 추락 현장 3분의 2 정도를 수색해 총 298명의 사망자 중 196구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측은 국제 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수습된 시신 전부를 사고현장 인근 냉동열차에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흐라보브 AP=뉴시스]


“영상 30도의 기온과 뜨거운 태양 아래 밀밭에 흩뿌려진 희생자들의 유해가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부서진 항공기 잔해 사이로 곰 인형, 부서진 여행 가방, 찢어진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기관총 들고 현장 조사단 방해
유류품 가져가고 일부 지역만 공개



 로이터는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이 격추된 지 사흘째인 19일(현지시간) 추락 현장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유엔은 “탑승객 가운데 80명이 어린이”라며 “동남아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던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이 사고 수습에 나서기로 합의하면서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유해 수습 작업이 시작됐다. 여객기가 추락한 흐라보브는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도인 도네츠크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인 서쪽으로 50㎞ 떨어져 있다.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이 추락 현장을 둘러봤으며 우크라이나 구조대원과 인근 광산의 광부·간호사들이 시신을 검은색 가방에 넣어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간호사 제냐는 “조각난 채 썩어가고 있는 시신들이 널린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러시아 반군의 방해로 현장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은 “사고 조사단이 일부 지역만 3시간 둘러볼 수 있었다”며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사고 조사에 협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AFP는 “친러시아 반군들이 기관총을 들고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으며 발견된 유류품을 모두 가져가고 있다”며 “기자들의 현장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반군이 하늘로 경고사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부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포로셴코 대통령을 만나 “시신들이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는 소식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희생자들의 귀중품을 노리는 도둑들이 사고 현장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네덜란드 은행협회는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의 신용카드나 현금카드가 추락 현장에서 도둑맞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필요한 예방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영자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의회가 자국 항공기 격추사건과 관련해 책임 당사자들을 비난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야만적이고 무책임한 폭력행위를 비판하는 말레이시아 국민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총리 자격으로 임시의회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말레이시아항공 사고로 잇따라 친척을 잃은 한 호주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 퀸즐랜드에 사는 조지 버로스 부부는 이번 사고로 의붓손녀인 메어리 리스크와 그의 남편을 잃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MH370편이 실종되면서 아들 부부를 잃었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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