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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돈줄' 가스프롬·로소보론 제재 땐 판 커진다

중앙일보 2014.07.21 01:13 종합 5면 지면보기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발언 중인 우크라이나의 유리 세르게예프 대사(오른쪽). 옆은 네덜란드의 카렐 반 우스테롬 대사. [로이터=뉴스1]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가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러시아 제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북을 울리는 나라는 여객기 참사로 자국민 10명을 잃은 영국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더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연합(EU) 관료들이 여객기 격추를 ‘게임 상황을 바꾸는 사건(Game Changer)’이라고 부른다”며 “이들은 전보다 강한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러시아 더 강력히 제재해야"
효과는 크지만 푸틴 반발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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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통신은 “서방 외교관들이 러시아가 이번 비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단서가 드러나야 제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그들은 ‘러시아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서방이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어떤 제재인가’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글로벌 시장은 서방이 군사적 제재는 불가능한 것으로 이미 판단했다”고 했다. 여객기 격추 직후 금 값이 조금이나마 떨어진 게 그 방증이다. 주식과 채권 값 등 자산가격도 격추 직후 떨어졌다가 곧 회복했다. 결국 서방의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는 경제제재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경제제재는 최악으로 치닫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과 EU는 올 3월 이후 5~6차례 경제제재에 나섰다. 처음엔 러시아 정·관계 리더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가 서서히 중요 기업의 금융 거래 등을 막고 나섰다. “예측 가능한 제재 강화(로이터)”였다.



 그 바람에 경제제재가 글로벌 시장에 미친 충격은 크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서방이 앞으로도 점진적인 제재를 한다면 글로벌 자산가격이 궤도에서 이탈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예측”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방 제재 리스트에 두 회사의 이름이 오르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바로 가스프롬과 로소보론엑스포트다. 가스프롬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다. 서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쥐락펴락한다. 지분 50.1% 정도가 러시아 정부 수중에 있다. 가스프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무기’로 불리는 까닭이다.



 로소보론은 무기수출 기업이다. 자동소총 AK47에서 최첨단 수호이 전투기까지 러시아산 무기의 해외 수출을 독점하고 있다. 크렘린을 대신해 시리아와 이라크 등 내전지역에 무기를 공급하는 일도 맡고 있다. 푸틴의 군사외교 지렛대인 셈이다. 이번 여객기를 격추한 대공미사일도 로소보론을 통해 반군에 흘러 들어갔다는 설이 파다하다.



 두 회사는 서방이 러시아 기업 제재를 본격화한 17일 조치 대상에 들지 않았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 등이 보복을 두려워해 두 기업 제재를 반대해서다.



 다만 여객기 격추로 이탈리아 등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그렇다고 푸틴의 보복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두 회사를 제재하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고 제재하면 푸틴의 거센 반발을 부른다. 미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러시아 전문가인 매슈 로잔스키는 1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등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달리 말해 두 회사 제재 여부가 한숨 돌린 글로벌 시장이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핵심 분수령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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