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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데 아프면 … " 걱정이 병이 된 70대

중앙일보 2014.07.21 00:39 종합 13면 지면보기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 사는 김모(75·여)씨는 몇 해 전부터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심장에 병이 생겼나’ 싶어 병원을 찾은 김씨는 심장내과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각종 검사를 했지만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을 11년간 돌보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고, 병치레하느라 쌓인 경제적 어려움이 김씨의 마음을 짓눌렀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 몇 년간 집을 줄여 가면서 병원비와 생활비를 댔는데, 이러다가 오갈 데가 없어질까 봐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노년층 불안장애 환자 급증
준비 안 된 노후 공포감 탓
어지럼·가슴떨림·소화장애
노년층 여가 프로그램 확대를

 돈 걱정,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에 노년층에서 불안장애 환자가 늘고 있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불안장애 환자는 70대 이상에서 인구 10만 명당 30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2147명)·50대(1490명)·40대(1016명) 순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환자 수가 많았다. 증가 속도도 노년층이 무섭게 빨랐다. 2008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70대 환자는 25.2% 증가했다. 60대(15%)·50대(7.6%)·40대(6%)의 증가율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불안장애가 ‘노인의 병’이 된 이유는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공포감 탓이 크다. 윤지호 건보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년 생활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노인들이 현실에 직면하면서 불안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병들었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도 불안감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불안장애는 공황장애·범(汎)불안장애·사회공포증·광장공포증 등 여러 종류의 진단명으로 나타나지만 핵심은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감과 공포감을 갖는다는 점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빈맥·혈압 상승 같은 심혈관계 증상이나 초조함·과호흡·졸도·동공 확장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김씨의 경우처럼 불안장애는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몸에 큰병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윤 교수는 “각종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어지럼·가슴떨림·소화장애 같은 증상이 계속될 때는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며 “불안장애를 오래 방치할 경우 뇌나 심혈관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항우울제·항불안제 약물을 복용하면서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불안증상과 행동을 교정하는 인지행동 치료가 일반적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과 취미활동 등 심리적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 노인들이 여가와 취미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 노년층의 여가활동 유형화 및 영향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72%)은 특별한 여가활동을 하지 않은 채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65세 이상 노인 4059명을 대상으로 지난 일주일간 한가한 시간에 주로 어떤 활동에 시간을 보냈는지 물은 결과다. 응답자의 11.5%는 운동에 집중했고 7.6%는 화초나 애완동물을 길렀으며 5.9%는 화투·장기·바둑을, 3%는 계모임·동창회 활동에 주력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여가활동이 부족한 유형의 노인이 건강 수준이 가장 낮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 여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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