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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기능 회복, 증상 완화 신 … 환자 위해 보험급여 적용 시급

중앙일보 2014.07.21 00:10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서울대병원 윤성수 교수(오른쪽)와 골수섬유증환우회 하덕봉 대표(왼쪽)가 골수섬유증 신약 접근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백지현]
희귀난치병 환자는 병원이 집이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몸의 여기저기가 고장나 매일같이 병원을 찾는다. 본래 병을 치료하지 못해 합병증도 심해진다. 처음엔 한 군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곳이 늘어난다. 골수섬유증 같은 희귀 혈액암 환자 얘기다.


희귀 혈액암 골수섬유증 환자·치료 교수 대담

골수섬유증은 혈액을 만드는 공장인 골수가 망가져 발병한다. 혈액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빈혈이 심하다 . 비장이 커져 임신한 것처럼 배가 나온다. 갑자기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악화돼 3개월 만에 사망하기도 한다.



 최근 골수섬유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이 나왔다. 하지만 이 약으로 치료받는 환자는 드물다. 지난 11일 하덕봉 골수섬유증 환우회 대표가 신약 치료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그는 2009년 골수섬유증으로 진단받고 부풀어 오른 비장을 잘라냈다. 골수섬유증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학과 윤성수 교수가 그를 만나 골수섬유증 치료의 어려움과 환자 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윤성수 교수 : 골수섬유증은 치료가 까다로운 희귀 혈액암이다. 피를 만드는 골수가 제 기능을 잃고 섬유화돼 딱딱해진다. 결국 보조 혈액공장 역할을 하는 비장에서 부족한 혈액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비장이 기형적으로 커진다. 비장은 왼쪽 갈비뼈 아래에 있는데 정상적인 비장은 어린아이 손바닥 정도로 작다. 팔·다리는 가는데 만삭인 임산부처럼 배만 볼록 나온다. 다른 장기를 압박해 먹고 자는 평범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하덕봉 대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가 땅땅해져 항상 돌덩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몸이 무겁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친다.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커진 비장이 바로 옆에 있는 위를 누르기 때문이다. 몇 숟가락만 먹어도 속이 부대끼듯 불편하다. 몸은 힘든데 밥을 먹다 보니 체력이 더 떨어진다. 위뿐 아니라 주변 장기도 함께 눌러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하다.



▶윤 : 급성으로 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골수섬유증 환자 4명 중 1명은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백혈병보다 치료가 힘들고 예후도 나쁘다. 골수섬유증에서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악화되면 평균 생존기간이 3개월밖에 안 된다.



-하 : 주변에서 이렇게 손도 쓰지 못하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에도 친하게 알고 지내던 환우가 급성으로 병이 나빠졌다. 소식을 들은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떴다. 오래 병을 앓으면서 항암제 부작용을 심각하게 겪고 있던 분이었다. 골수섬유증 환자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생활한다.



▶윤 : 현재 치료법은 한계가 많다. 단순히 상황에 맞춰 증상을 완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혈액이 모자라면 수혈을 받든가 항암제로 비장 크기를 줄이는 식이다. 부작용이 심한 데다 근본적으로 골수섬유증을 치료하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수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혈을 계속 받으면 몸에 철이 쌓인다. 한 번 수혈을 받을 때마다 대못 4개 정도의 철 덩어리가 몸속을 돌아다닌다. 고철을 모으는 셈이다. 철이 쌓이면 골수·간·신장 등 온몸의 장기가 망가진다. 철을 제거하기 위해 따로 약을 먹어야 한다. 비장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항암제는 비장뿐 아니라 골수도 줄인다. 안 그래도 약한 골수 기능이 더 약해진다. 치료를 받다가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하: 비교적 젊은 환자는 골수이식을 받는다. 유일한 완치법이다. 이식수술을 받아도 불과 1~2년 이내에 재발하는 환자가 많다. 그나마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나이가 많으면 체력적으로 견딜 수 없어 시도조차 못한다. 일반적으로 골수섬유증은 50~60대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나도 60대 초반에 병에 걸렸다. 고령층인 골수섬유증 환자 대부분은 사실상 치료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 골수섬유증 치료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최근 골수섬유증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에 맞춘 신약(자카비)이 한국에도 들어왔다. 비정상 혈액을 만드는 JAK 돌연변이 유전자가 활동하는 것을 차단한다. 골수기능이 회복되면서 골수섬유증 증상을 완화한다. 환자 생존기간도 늘어난다. 골수에서 정상적으로 혈액을 만들어내 주기적으로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신체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몸속에 쌓인 철을 활용할 수 있다. 수혈 부작용 치료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임상적으로도 골수섬유증 치료 효과를 입증한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 : 커졌던 비장이 줄면서 일상생활도 편안해진다. 골수섬유증 환우회 회원 중 6명이 자카비 치료를 받고 있다. 모두 약 복용 후 즉각적으로 비장 크기가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수섬유증 환자 대부분은 자카비 치료를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 부담이 커서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같다. 환우회에서 파악한 바로는 자카비가 국내 시판된 18개월 동안 12명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이 중 자카비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절반이 넘는다. 치료를 받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윤 : 안타까운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골수섬유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혁신적인 신약으로 인정받아 급여를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골수섬유증 치료를 위해서는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



-하 : 신약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해 답답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루가 절박한 환자를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환우회 차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급여 적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두 차례나 냈다. 이른 시일 내에 자카비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길 바란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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