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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박원순, 4년 후 그를 평가하기 위해

중앙일보 2014.07.21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우리 부부는 처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결정이 내려지자 아내는 종이박스 20개를 주문했다. 20대 아가씨 때 샀던, 출산 후에 입기엔 좀 그런, 하지만 여전히 새것 같은 옷을 정리했다. 불필요해진 그릇들도 박스에 넣었다. 아내가 물건 수거를 예약하자 ‘아름다운 가게’ 직원(자원봉사자)이 집을 찾았다. 며칠 뒤 기부영수증이 도착했다. “여보, 우리가 보낸 물건이 18만원 기부라고 계산됐네. 소득공제 되나?”/“제일 센 걸로 되니까 걱정 마.”



 가게에 대한 나의 신뢰는 인디 가수 이장혁씨로부터 비롯됐다. 장혁씨는 필요한 물건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산다고 했다. “지금 내가 걸친 게 전부 거기서 산 거예요. 이 티셔츠는 3000원이고. 아들 옷도 종종 건져요.”



 이익에 민감한 개인을 움직이는 인센티브를 아름다운 가게는 정교하게 이용할 줄 안다. 입을 순 없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좋은 기억까지 담겨 있는 옷. 골목의 헌옷 수거함에 넣기엔 좀 그런. 그렇다고 기부하려고 어딘가 찾아가는 건 귀찮다. 예약만으로 모든 게 처리되는 데다, 장혁씨 같은 괜찮은 실수요자를 눈으로 확인하면 나는 완벽한 거래가 성사됐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기부는 단순한 선의가 아닌 ‘이익을 가져다주는 거래’라는 사실을 몇 년 전 하버드대에서 발견했었다. 38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 기금본부는 ‘기부자에게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 그러니까 ‘기부라는 거래가 어떻게 성사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그들은 하버드의 권위 있는 조직을 활용해 기부자의 세금·상속·건강 문제는 물론 장례절차까지 처리해준다.



 아름다운 가게의 창안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버드와 런던정경대에서 유학했다. 하버드의 시스템과 영국 옥스팜의 모델이 가게에 적용된 건 우연이 아니다. 작은 변화가 쌓여 시민의 삶을 바꾸고 결국은 사회가 질적으로 변한다는 그의 확신은, 시민운동가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며, 시장이 되어서는 ‘공유서울’ ‘마을공동체’ ‘창조경제’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도대체 박원순의 서울은 실체가 뭔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1000만 도시의 리더에게 더 크고 선명한 걸 원한다. “자잘한 것만 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박 시장은 “무언가 보여주기에 2년8개월은 짧다”고 항변한다. 그의 말이 통했는지, 시민은 그에게 압승을 안겨줬다.



 아내와 장혁씨의 사례는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울시장 박원순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침투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박 시장은 2기 시정을 시작하며 “첫째는 안전, 둘째는 복지, 셋째는 두 가지를 충당하기 위한 경제 성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내 입장에서 정리하면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의 4년이 허비되거나 퇴보하지 않길 빈다. 그에 대한 냉혹한 평가의 시간은 이제 4년 남았다.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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