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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목적 있는 삶 … 나를 이끈 건 부모 가르침

중앙일보 2014.07.21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고경주 미국 연방보건부 차관보(왼쪽 사진). 2009년 10월 1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건강·교육·경제 향상을 위한 ‘백악관 실무그룹 자문위원회’ 설립 당시 함께했던 고경주 보건부 차관보(오바마 대통령 뒤 왼쪽), 홍주(당시 법무부 법률고문·오른쪽) 형제. [AP=뉴시스]


전혜성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 한인 최고위직 공직자인 고경주(영어명 하워드 고·62) 연방보건부 차관보가 이달 말 사임한다. 백악관 측은 아직까지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고 차관보의 사임 및 후임자 등과 관련해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경주 미 최장수 보건부 차관보
5년 재임 마치고 이달 말 사임
"오바마케어 성공, 담배 규제 뿌듯"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로



 조너선 비튼 보건부 차관보 사무실 공보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 차관보는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고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 1기 시절인 2009년 6월 14대 차관보로 취임했다. 주요 보건 정책 전반을 수립했고, 특히 올 1월부터 시행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의 설계자 중 한 명이다. 고 차관보는 이번 사임 배경을 ‘본인 의지’라고 못박진 않았지만 ‘가족’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튼 공보관은 “지난 5년간 고 차관보는 주중에 워싱턴 사무실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보스턴 집까지 800마일을 왕복했다”고 말했다.



 고 차관보는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 이외에 가장 큰 업적으로 담배 규제를 꼽았다. 그는 연방정부 최초로 담배퇴치 장기계획인 ‘담배규제 전략안(TCSAP)’을 수립했다. 또 오바마케어에 금연치료 혜택도 포함시키는 등 금연 운동에 앞장섰다. 고 차관보와의 인터뷰는 전화와 2차례의 e메일 문답으로 진행됐다.



 - 사임은 본인 의사였나.



 “역대 보건부 차관보 중 연속 재임기간으로는 최장수라는 영광을 얻었다. 때마침 하버드대에서 신설한 보건정책경영대학원 박사과정 교수직 제안을 받았다. 인생의 다음 장을 넘겨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 최장수 재임 비결이 있나.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이다. 항상 사명(mission)의 중요함과 인내(perseverance), 목적 있는 삶의 중요성을 신념으로 삼으라고 하셨다. 그 가치들이 내 평생의 의사 결정을 이끌었다.”



 - 재임 중 잊지 못할 순간은.



 “한·미 양국 정상의 국빈만찬(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방미 당시)에 동생 헤럴드(고홍주 전 국무부 법률고문)와 함께 초대받았을 때다. 150명 VIP 중 우리 형제 내외가 나란히 앉았는데, 저녁 내내 감회가 새로웠다. 부모님의 고된 이민 여정과 희생이 열매를 맺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간의 업무를 평가하면.



 “도전의 연속이었다. 의료보험 개혁, 비만, 흡연, HIV(에이즈 바이러스) 등 모든 건강 현안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쉬웠던 적이 없었다. 예산과 인력은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항상 부족했다. 고된 과정이었지만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 최고 정책을 꼽는다면.



 “오바마케어와 담배 규제다. 성인은 물론 아이들을 담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많은 금연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오바마케어가 성공했다고 보나.



 “의료보험 개혁은 성공했다. 혁신적인(transformative) 정책으로 수백만 명이 보험혜택을 얻게 됐다.”



 - 오바마케어가 중산층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이민가정에서 자란 나로서는 의료보험이 없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또 30년 전문의의 경험에 비춰볼 때 환자에겐 무보험이 더 큰 부담이다. 오바마케어는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 오바마케어에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인터넷을 통한 보험 구입, 비용 대비 효율성 등 문제는 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시행 첫해다. 향후 수년간 개선하면 좀 더 나은 보험, 진료, 보건정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하버드에서 맡게 될 직책과 역할은.



 “새 박사학위과정 전임교수다. 미국의 공공보건 관련 정책을 수립할 미래의 장관, 차관을 꿈꾸는 행정관들을 양성하게 된다.”



 - 가족 근황을 말해 달라.



 “아들 대니얼이 올해 1월부터 보스턴 시장 수석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일을 즐기고 있다. 차남 스티븐은 국제법 변호사고, 딸 케이티는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한다. 우리 부부는 행복한 부모다.”



  - 어머니는 건강한가.(어머니 전혜성 박사는 예일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부장을 지낸 세계적인 사회학자로 현재 미 코네티컷주에 있는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다.)



 “평생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열정적인 분이다. 연구도 계속하고, 책도 쓰신다. 한·미 양국의 여러 현안을 돕고 계신다.”



 - 동생(고홍주)은 잘 지내나.



 “예일 강단을 지키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법 전문가다. 내겐 항상 자랑스러운 동생이다.”



 - 한인들과 한국 국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는 오랫동안 한인사회와 한국 국민에게서 넘치는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LA중앙일보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고경주=195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출생. 장면 정권 때 주미대사관 특명전권공사를 지낸 고광림(89년 작고) 박사와 전혜성(85) 박사의 4남2녀 중 장남이다. 6남매가 모두 하버드대·예일대를 나왔다. 예일 의대를 나온 뒤 매사추세츠주 보건부 장관,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부학장을 거쳐 차관보에 임명됐다. 이달 말 사임하면 재임기간은 5년1개월9일로 역대 연속재임 차관보로는 최장수가 된다. 내과·혈액학·종양학·피부병학 등 4개 전문의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학자다. 안과전문의 클라우디아 앤 아리그(Arrigg) 박사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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