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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득 주도 성장', 포퓰리즘으론 안 된다

중앙일보 2014.07.21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 정책은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는 있다. 당장 보이는 건 기업과 가계소득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야 가계가 마음껏 소비할 수 있고, 기업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사령탑이 이런 인식을 입 밖으로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성장 원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수정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무게추는 아무래도 분배 쪽이다. ‘가계소득 증대’가 핵심이며, 이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맞물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조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없이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새 경제팀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1기 경제팀부터 과거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왔다. 현오석 경제팀은 성장의 주요 목표를 고용에 맞췄다. 성장률보다 일자리라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정조준한 것이다. 2기 경제팀은 한발 더 나가 가계소득 증대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어떤 정책 조합을 갖다 대더라도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인 만큼 정책의 결이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 벌써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거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이를 임금·배당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설익은 구상이 나오고 있잖은가.



 최 부총리는 지난 주말 2기 경제팀을 모아 놓고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소비 부진, 기업가 정신의 실종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면 강도 높은 처방을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 새 경제팀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듯하다. 기금을 동원하고 재정 운용을 확장하며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하는 데다, 가계로 돈을 풀도록 기업을 옥죄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케인지언에서 신고전학파, 심지어 사회주의적 발상까지 뒤섞인 짬뽕식 정책조합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정책은 결과로 말한다. 하지만 새 경제팀이 과거와 다른 무엇을 하려면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방법론도 상식을 벗어나선 안 된다. 소득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늘어나는 게 최선이다. 기업 내부유보금 과세처럼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식은 유효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규제를 풀어 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족한 기업가 정신을 북돋을 토양을 다져야 한다. 금융·관광·의료·법률 등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한 서비스업을 키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 답이 나와 있는 것부터 풀어가야 한다. 경제는 심리다.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가 좋아진다고 믿으면 정말로 좋아진다. 기업은 투자에 나서고 개인은 빚을 내서라도 집이나 주식에 투자한다. 새 경제팀이 시급히 해야 할 일도 바로 이것이다. 국민에게 경제 하려는 마음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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