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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발전하려면 구성원 간 신뢰·소통은 필수 … 108년 전 초심으로 제2건학운동"

중앙일보 2014.07.21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동국대학교 김희옥 총장은 취임 이후 매주 한두 차례씩 학과·단과대 별로 교수간담회를 열고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연구·교육·행정 등 학교 현안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소통은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 또한 자연스럽게 쌓여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동국대 총장실에서 열린 교수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공영대 교수, 윤재웅 교수, 이의수 교수, 김희옥 총장, 이경 교수, 황종연 교수, 조윤오 교수.



교수가 묻고 총장이 답하다

김희옥 총장은 ‘소통’에서 학교의 미래를 찾고 있다. 김희옥 총장은 2011년 총장 취임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단과대와 학과별로 교수들을 만난다. 교수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며 교육과 연구의 현황을 파악하고 학교 당국의 과제를 꼼꼼하게 점검하며 대학의 미래를 구상한다. 이같은 만남을 통해 김희옥 총장은 교수들과의 관계에서 돈독한 신뢰를 쌓았다. 신뢰는 활발한 소통으로 이어졌다. 동국대학교가 짧은 시간 동안 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같은 신뢰와 소통이 깔려있다.



정리=김만화 객원기자



윤재웅: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는 동국대학교의 발전방안에 대해 교수님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먼저 김희옥 총장께서 대학운영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희옥: 교육과 연구를 통해 우리사회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는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동국대학교는 올해로 108주년을 맞이한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민주화의 시대를 거쳐 오며 민족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대학입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동국대는 불교와 문학을 통해 민족사에 빛나는 역사를 남기기도 했고, 때로는 시대변화에 뒤처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대학을 새롭게 세우겠다는 일념 아래 제2건학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학을 설립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대학이 시대와 함께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동국대학교가 세계 속의 대학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고견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윤재웅: 동국대가 최근 들어서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학교 안팎에서 자주 듣습니다. 평가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중앙일보 대학평가도 5년 연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들 보십니까.



공영대: 동국대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분야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대학입니다. 최근의 여러 가지 변화는 동국대가 가진 인문학의 강점에 이공계와 의학, 약학 등의 과학 분야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대적인 연구공간의 확장이 교수들의 연구의욕을 북돋고 다양한 연구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물리적 토대가 된 것 같습니다. 연구공간의 확대에 따라 국책 연구과제 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외부에서의 연구비 지원이 잇따랐던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의수: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13위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행정시스템의 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공간의 대대적 확장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달리 이공계는 많은 실험공간과 연구공간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연구공간 확보는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공간이 확보되자 많은 교수님들이 다양한 연구과제 수주를 통해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신공학관 건립 이후에 연구 실험 인프라가 크게 확장됐습니다.



또 한가지는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가 신설되면서 공용장비활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연구공간이 집적화되면서 학과간의 교류나 장비공동활용이 늘어 효율성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산학협력 분야의 경우도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성화됐습니다. 산학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학이 기업보다 앞선 연구결과물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연구실험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산학협력도 크게 좋아진 것입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에 계속 선정되면서 대학과 기업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경: 제가 속한 약학과는 신설학과입니다. 일산에 바이오메디캠퍼스를 설립하면서 약학대학이 신설됐습니다. 바이오메디캠퍼스는 의학·한의학·약학·생명과학이 결합된 동국대학교 미래발전에 핵심 엔진입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앞으로도 좋은 연구결과물들이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약학대학이 생긴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국 35개 약학대중 상위권에 들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릅니다.



 김희옥: 저도 교수님들 의견에 동의합니다. 사회에서는 동국대 하면 문학과 사학, 철학, 예술 등의 문사철 분야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는 문사철 뿐만 아니라 이공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인문학 분야가 약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신춘문예를 통한 문인 배출이나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동문들의 활약, 경찰 행정 분야의 두각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종연: 최근 대학본부가 이공계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서 공학계열이나 이학계열, 생명과학 계열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문학 분야도 뒤처져 있지는 않습니다. 전국에 국어국문학과가 80개 가량 있는데 이중 대학원 국문과에서 정부지원 BK21 사업을 하고 있는 대학은 4개에 불과합니다. 이중 하나가 바로 우리대학입니다. 그리고 한국어문학 전공 외국인 유학생 수도 우리대학만큼 많은 대학이 드뭅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동국대의 한국어문학 교육 전통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얼마 전에는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에서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 주관으로 만해 한용운 70주기 문화제와 학술행사를 개최했는데, 많은 문인, 교수들과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또 그동안 준비한 논문을 발표하여 창작과 연구 전통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 해마다 봄이 되면 동국대 학생들이 다수 신춘문예에 등단하며 다른 대학의 시샘을 사기도 합니다. 국문과가 과거에 언어와 문학을 연구하고 문인과 학자를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면 요즘은 영화, 게임, 공연예술, 대중음악 등 문화산업의 성장에 맞춰 다양한 진로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관련 학과 등 유관학과와 함께 학제적 운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공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인문학의 전통이 굳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학은 철학과 윤리와 같은 인문학의 기반 위에 섰을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가 튼튼해질 수 있도록 인문학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학과간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수의 학제상 소속과 연구하는 학문 분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학과간의 장벽을 없애고 교수의 소속과 학문 분야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학제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문학연구의 경우도 이제는 학제적 연구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문학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문학과 과학, 언어와 테크놀로지 등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허무는 연구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에서의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인문학은 대학의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독립된 분과학문으로보다 모든 전공교육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바라보고 그에 적합한 역할을 찾아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조윤오: 대학도 과거와 달리 무한경쟁 속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또 지나치게 학문이 상업적인 논리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게 됩니다. 경쟁은 대학을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듭니다. 타인이나 다른 대학과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협동이나 협력이라는 가치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사회의 여러 가지 범죄나 사회적 병리현상은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기도 합니다. 경쟁하되 서로 도울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지 않도록 교육과 상담을 통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영대: 교육과 연구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인프라가 확대되고 교수님들의 연구가 강해지면 교육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또 황 교수님 말씀대로 학생들의 사회진출도 다양하게 모색해 진로를 지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성화 사업의 목적도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진출 확대를 위해선 통섭교육도 많이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폭넓게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공계 학문은 대부분 실험과학입니다. 누구나 동일하게 보는 자연 및 인류사회의 변화에 대해 수많은 실험을 거쳐 인류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요한 기술’이란 결국 개인의 창의에서 나오게 되며 그 창의는 인문학과의 융합교육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윤재웅: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르마칼리지는 그런 의미에서 대학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동국대학교의 응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르마칼리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종연: 대학이 인문학 전공자들을 육성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비전공자들에게 인문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인문학 분야 학과 교육만이 아니라 학생 전체를 위한 인문학 교육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공으로서의 인문학의 경우에는 국제적 경쟁력 확보가 당면과제입니다. 국내 인문학 중 해외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는 대체로 한국학과 연관되어 있는데, 오늘날 한국학은 한국이 독점하는 학문이 아니라 국제적인 학문입니다. 인문사회과학 일반수준에서 의미 있고, 국제적으로 소통 가능한 한국학을 어떻게 정립하느냐, 그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느냐는 우리대학의 책임입니다. 또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매우 중요한 현안입니다. 교양교육은 직업교육과 다르고 고유의 목적과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대학에서 교양교육 전담기구로 다르마칼리지를 출범시킨 것은 자랑할만한 시도입니다. 우리대학 교양교육은 북미대학의 교양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한국 및 아시아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교과를 제공합니다. 특히 세계명작세미나 같은 과목은 동서양 고전 학습을 통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과 미덕을 기르고자 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공영대: 황 교수님 말씀 중에 연구내용을 해외에 소개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깊게 공감합니다. 자연과학자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연구의 목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역사를 이해한 과학자는 똑같은 실험결과라 할지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윤리적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과학도들에게 인문학적 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의수: 산학협력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기업체 관계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대부분 기업관계자들이 지적하는 것이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개선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의 현실에 맞는 전공교육을 해달라는 지적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지적은 오늘날 대학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스티브 잡스의 예를 많이 듭니다만, 인문학을 이해하는 과학자, 과학적 지식을 가진 인문학 전공자가 더 많이 배출되기 위해선 교양교육 프로그램의 개선과 풍부한 전공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르마칼리지를 통한 교양교육 혁신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차가운 머리를 가진 학생이 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따뜻한 가슴을 갖기 위해선 이공계학생들이 인문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국대는 그런 의미에서 이공계가 성장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잠재력을 가진 대학입니다. 또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서울이라는 지역적 특성에서 나오는 지식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윤재웅: 동국대가 변화하고 있는 모습은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이공계에 대한 투자도 그렇고 다르마칼리지와 같은 교양교육 혁신도 그렇습니다. 학내구성원들간의 신뢰나 소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영대: 동국대가 변화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총장께서 학과나 단과대 교수님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쌓은 신뢰가 이러한 소통의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입니다. 구성원들간의 만남의 시간이 보다 잦아져야 합니다.



 조윤오: 다른 대학들도 그렇지만 과거 동국대는 갈등이 많았던 대학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과 연구가 제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대학 재정이 풍족하지 못하다 보니, 자원의 배분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있기도 합니다만, 재정문제는 우리나라 모든 대학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김희옥: 헌법재판관직을 수행하다 모교의 총장에 부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수한 교수님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킬 것인가, 사회와 국가로부터 신뢰와 존경 받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결론은 존중과 신뢰, 그리고 소통이야말로 어떤 개혁에 앞선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것이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입니다. 오늘 자리를 빌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교수님들과도 끊임없이 만남을 통해 소통하겠다는 점 다시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참석자



김희옥 총장(이하 김희옥)

황종연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다르마칼리지 학장(이하 황종연)

이의수 화공생물공학과 교수,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단장(이하 이의수)

공영대 화학과 교수, 학사지원본부장(이하 공영대)

이경 약학과 교수, 개방형 혁신신약 중개연구센터장(이하 이경)

조윤오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범죄연구소장(이하 조윤오)



>>> 사회자



윤재웅 국어교육과 교수, 전략홍보실장(이하 윤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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