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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수다 넘어 토론으로 진화 외국인 출연 프로 ‘비정상의 정상화’

중앙선데이 2014.07.18 23:46 384호 21면 지면보기
첫 방송부터 소위 ‘대박’을 예감케 한 JTBC의 ‘비정상회담’은 몇 년 전 화제작이었던 ‘미녀들의 수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미녀들의 수다’가 이전의 외국인 등장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시선의 방향’이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명절 때 외국인 노래자랑이나 사투리를 쓰는 외국인, 제사상 잘 차리는 외국인을 기특하게 바라보는 그 시선은 ‘우리’가 ‘그들’을 ‘구경’하는 일방적인 것이었다. 그들이 한국 문화에 얼마나 동화되었나를 보고 ‘우리’의 영역에 안착한 가상한 노력을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외국인이 쉽게 뚫기 어려운 마음의 장벽을 우리가 가졌었다는 뜻일게다. ‘미녀들의 수다’는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받아들이겠다는, 우리의 자폐적인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약간의 성숙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방송이었다.

컬쳐#: JTBC ‘비정상회담’의 인기 비결

‘비정상회담’에서는 시간이 더 흘러, 이제는 ‘우리와 그들’이 아니라 서로 얽혀 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난상수다가 가능해진 글로벌한 한국의 현실을 읽게 한다. 이견 없이 모두 놀라는 것은 너무나 능숙한 한국말 실력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언어를 저렇게 편안하게 나눌 수 있다면, 이제는 한국사람 외국사람의 구분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사자성어를 척척 쓰는 유창한 실력이면 신기해서 즐겁고, ‘결혼이 망했다’처럼 아직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색다른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가 외국인 프로그램에는 있다. “한국 인구 줄어든다 걱정할 게 아니라 동거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죠”라는 의외의 돌직구 시선, 거기에 먼 타향의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한순간에 찡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다. 어찌그리 샤방샤방한 미남들만 골라놨는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잘난 외국인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점 역시 돌풍 같은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외국인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참 다른 사고방식이네’라는 느낌과 ‘사람 사는 거 어디나 다 똑같지’라는 엇갈린 느낌을 가지게 한다. 자식의 독립과 혼전 동거에 대해 다수결 표결 결과로는 역시 우리보다는 훨씬 개방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한국사람보다 더 보수적인 미국, 터키, 중국 남자의 사고방식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 아니라는 것 역시 느낄 수 있다. “동거 안 하는 사람 이상하게 생각해요”(제임스 후퍼, 영국), “동거하면 부모님한테 맞아 죽어요”(샘 오치리, 가나)처럼 뭔가 국가나 민족적 차이가 있다고 보려하다가도 “그런데 저는 했죠. 동거”라는 샘의 고백에 웃음이 터지게 된다. 섣부른 ‘전형’의 틀로 누군가를, 어느 국가인가를 집어넣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며, 그러니 각 집단의 고유한 습성과 문화를 인정하더라도, 결국에는 개개인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있다는 더 열린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지점이다. 내가 만약 외국의 이런 프로그램에 한국의 대표로 나가서 내 라이프 스타일을 말할 때, 그것이 한국 사람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때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뒤의 외국인 프로그램은 또 어떻게 변해야 할까. 아직은 매번 각국의 국기를 들고 ‘어느 나라 사람’‘어느 나라의 생활’임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국적을 모두 지우고 그저 한 곳에 같이 살고 있는 ‘세계인’으로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이 되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또 지금처럼 한국말 잘하고 똑똑하고 스펙 좋고 잘생긴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같이 앉아서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구박하지 않고 서로 배려해 줘가며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그러나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동정’ 아니면 ‘배척’의 시선에 갇혀있는 동남아 지역 외국인들이 웃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캐릭터가 매력 있어 스타도 되고 하는 모습 같은 것이 이런 프로그램의 조만간 미래의 모습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시청률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현실이긴 해 보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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