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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아내의 ‘의부증’

중앙선데이 2014.07.19 00:12 384호 30면 지면보기
아내는 혼자 아침을 먹는다. 오전 회의가 있는 남편은 사무실에서 대충 때우겠다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아들은 방에서 자고 있다. 밤낮이 바뀐 아들은 아마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봤을 것이다. 날이 밝을 때쯤 잠자리에 들었을 테니 이 시간이 아들에겐 한밤중이다. 항상 아내는 혼자 아침을 먹는다. 혼자 먹는 아침이니까 아무래도 대충 먹게 된다. 오늘 아침은 커피와 함께 치즈 빵을 먹을 생각이다. 하나 남은 치즈 빵을 냉장고에 넣어두라고 어젯밤 남편에게 당부했다. 아내는 빵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치즈가 들어간 빵을 특히 좋아한다. 남편이나 아들은 치즈 냄새를 싫어하지만 아내는 치즈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마치 카메라 앞에서 “치즈” 하듯 올라간 입꼬리를 하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연다.

“내 치즈 빵 어디 있어?”

회의 중이던 남편은 아내가 보내온 문자를 확인한다. 회의 주제는 ‘무려’ 하반기 광고 마케팅 전략에 대한 것이다. 심각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담당하고 있는 광고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 쏟아진다. 모든 문제는 결국 광고의 문제로 귀결된다. 남편은 아내의 문자에 답을 하지 못한다. 여보, 지금 치즈 빵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남편에게서 아무런 답이 없자 아내가 다시 문자를 보내온다.

“왜 대답이 없어? 내 문자 못 봤어? 치즈 빵 어디 뒀느냐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당면 과제는 먹을거리다. 먹을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누구나 흥분한다. 그것은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다. 남편은 할 수 없이 짧게 답 문자를 보낸다.

“냉장고에 없어? 잘 찾아봐.”

“찾아봐도 없으니까 그렇지.”

“그럼 강이가 먹었겠지.”

광고는 비유하면 축구 같다. 누구나 전문가라서 한마디씩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누가 어떤 주장을 하든 다 말이 된다는 것이다. 바꾸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일관성을 유지하자는 주장도 그럴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업의 본질에 충실하자는 말도 적절하고 이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안도 타당하다. 그래서 광고에 대한 말은 항상 설득력이 있다. 남편은 모든 비난을 수긍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점점 산으로 가는 배를. 아내는 계속 문자를 보내온다.

“강이는 치즈 빵 안 좋아하고 또 냉장고까지 뒤지고 그러지 않아. 혹시?”

“난 안 가져갔어. 설마 날 의심하는 거야?”

“아침에 비닐봉지 소리가 난 거 같은데.”

“식탁에 봉지가 있길래 치우느라 그런 거지. 그러니까 강이가 먹었을 거야.”

“강이는 치즈 빵 싫어한다니까.”

“그래도 한번 물어봐.”

“절대 안 먹는다니까. 치즈 맛없다고. 자기는 치즈 정말, 정말 싫어한다고 그랬단 말이야.”

“그래도 모르니까 한번 물어봐.”

아까부터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남편을 노려보고 있다. 그러니까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새롭게 보이고, 업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업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깨는 그런 광고 전략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남편은 절대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현실에는 결코 실재하지 않는 ‘둥근 삼각형’ 같은 형용모순이라고.

긴 회의가 끝날 때쯤 아내에게서 문자가 온다.

“치즈 빵 강이가 먹었다네. 새벽에 출출해서. 정말 희한한 일이네. 치즈라면 질색했는데.”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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