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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조의 대상’ 비아냥, 검찰은 알고 있나

중앙선데이 2014.07.19 23:51 384호 2면 지면보기
세월호 참사 초기, 국민들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는 검찰을 보며 “이번에는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은연중에 기대했을 것이다. 건국 이래 초유의 참변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를 해소하는 데 검찰이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이란 믿음과 함께 ‘관피아 척결’을 외치는 검찰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법무·검찰 간부들의 언행과 행태에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의 인식은 “과연 검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회의론적 시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은 “조직 이기주의에 천착하는 세월호 이전의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 부여 문제와 관련해 “헌법과 형사사법 체계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 장관과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검찰 간부들의 의식 근저에는 “검찰이 중심이 된 사법체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조직논리가 굳게 박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존엄’과 ‘국가의 국민보호 의무’라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 참사와 함께 송두리째 침몰한 상황에서 ‘사법체계’ 운운하며 법 제정에 딴지를 거는 듯한 언행은 “현 정부가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청와대가 들어가 있는 점을 의식해 검찰이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시중의 비판여론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 일가에 대한 어설픈 수사와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 와중에 등장한 현직 검사의 독직 의혹,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 등으로 인해 검찰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놀라 군대까지 동원해가며 유씨 검거작전을 벌이고, 검사의 비리 혐의를 감추려다 경찰의 반격으로 궁지에 몰리고, 관련 법과 공약까지 무시해 가며 청와대에 검사를 파견하는 검찰을 보며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야말로 국가개조의 최우선 대상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특별법에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참사 당시 청와대는 물론 모든 기관의 근무태만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이를 근거로 다시는 참사가 재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직도 10명의 희생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절망의 바닷속에 있다. 유족들은 끼니를 거른 채 국회와 서울 시내를 방황하며 진상규명을 애처롭게 외치고 있다. 검찰, 이젠 발상의 전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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