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측 지도부, 입지 강화 위해 민간인 볼모로 격한 대결

중앙선데이 2014.07.20 00:09 384호 5면 지면보기
지난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리아 알(4·오른쪽)과 미스크(3·왼쪽) 자매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친척이 사망하자 슬퍼하고 있다. [AP=뉴시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피로 물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7일(현지시간)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한 이후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1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한 이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320명에 달했다. 부상자도 2200명 이상이다. 이스라엘 측에서도 군인 1명이 사망했다.

해법 못찾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유엔을 비롯한 미국과 아랍권 등 국제사회가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이런 가운데 외신들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민간인들의 생명을 볼모로 한 양측 지도부의 힘겨루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대규모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휴전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그동안 약해진 국내외에서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풀이했다. 결국 이번 사태가 악화된 것은 양측의 전략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미다.

“하마스, 공격 배제된 병원 지하서 지휘”
최근 미국의 시사월간지 ‘디 애틀랜틱’ 인터넷판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하마스의 ‘자해(self-murder) 전략’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하마스가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할 것을 알면서도 휴전을 거부한 것은 이스라엘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라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로부터 민간인 대량 학살범이라는 비난을 받아 고립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는 로켓과 미사일 등 공격 무기들을 학교와 사원 등에 감춰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하고 있으며 사망자들에 대해서도 종교를 앞세워 이스라엘 이교도에 의한 순교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마스 지도부는 이스라엘군의 공격 목표에서 배제된 병원 건물 아래 깊은 벙커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으며 민간인 거주 지역에는 대피시설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하마스의 이런 전략과 관련해 “아랍권에서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하마스와 이집트의 관계는 압둘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실세로 등장한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하마스가 알시시 대통령의 반대파인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이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이었던 이란·시리아와의 관계도 최근 눈에 띄게 나빠졌다. 하마스가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반군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이란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고립에 빠진 하마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민간인 희생이 아랍권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연정서 극우파 이탈 막기 위해 강공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집트의 휴전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자 곧바로 공격을 재개했다. 특히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상군 투입까지 결정한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 속에서 군사작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8일자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는 강경파 ‘3B’가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모셰 야알론 국방장관, 베니 간츠 참모총장을 일컫는 말이다. 야알론 국방장관의 별명이 보기(Bogie)여서 이 세 명의 이름의 첫 자를 따면 3B가 된다.

외신들이 분석한 이들의 전략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이스라엘 국내 정치 문제다.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정당들로부터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끊임없이 요구받았다. 이스라엘 베이테이누당을 이끌며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외무장관은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출범한 팔레스타인의 두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의 통합정부에서 하마스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강경파인 하마스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온건한 파타와 평화협상 등을 해왔다. 하지만 두 정파가 통합정부를 구성한 이상 하마스도 협상의 파트너로 테이블에서 마주하게 됐다. 이를 꺼리는 이스라엘로서는 이번 기회에 하마스의 군사력에 타격을 입혀 통합정부 내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또 이번 사태가 아랍권에 미칠 영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지부진한 이란 핵협상 등을 염두에 두고 강력한 이스라엘을 다시 한번 보여줌으로써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속셈에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대한 압박도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많은 양보를 요구했다.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거침없이 공격하는 데는 미국 등 서방을 향한 목소리를 키우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