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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비법 아닌 인간 본성 담아 … 버핏, 게이츠에게 ‘강추’

중앙선데이 2014.07.20 00:40 384호 10면 지면보기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가장 좋아하는 비즈니스 서적인 『경영의 모험』을 들고 있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빌 게이츠 페이스북]
게이츠가 이미 40여 년 전에 절판된 이 책을 ‘최고의 서적’이라고 치켜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이츠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경영의 모험』은 특정 산업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리더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내용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게 아니라 오래됐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존 브룩스의 책은 사실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고, 바로 그래서 시간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가 꼽은 최고의 책『경영의 모험』

 게이츠에게 이 책을 소개한 사람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다. 1991년 좋아하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게이츠의 부탁에 버핏이 자신의 책을 선뜻 빌려주었다. 이 책에 반한 게이츠는 브룩스의 아들과 연락해 저작권 문제를 논의하는 등 책을 재발간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게이츠는 『경영의 모험』에서 5장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가 가장 유익했다고 소개하고 홈페이지(www.gatesnotes.com)에 무료로 공개했다. 그는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의 사례는 IT산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초반 제록스는 복사기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이 같은 R&D는 현재 인터넷 통신망의 기반인 이더넷(Ethernet)과 최초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로 이어졌다. 하지만 제록스의 경영진은 이런 연구가 제록스의 핵심 사업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상용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사업자들이 제록스의 연구를 활용해 상품을 출시했고 큰 돈을 벌었다. 게이츠는 MS도 제록스의 인터페이스 연구를 활용했다고 털어놓으며 “MS를 경영하면서 제록스가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1971년 출간된『 경영의 모험』 영국판. 서울대 도서관에 있는 이 책은 미국판과 달리 11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인생 2막: 데이비드 릴리엔설’ 부분이 없다. 최정동 기자
 중앙SUNDAY는 『경영의 모험』 킨들 에디션과 서울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종이책을 읽어봤다. 서울대 소장본은 펭귄북스가 1971년 영국에서 출간한 책인데 미국 원본과 달리 9장 ‘인생 2막: 데이비드 릴리엔설’이 없다. 1969년 초판 발간 당시엔 13장으로 구성된 책도 나오는 등 여러 버전이 있다.

 1장 ‘등락(The Fluctuation)’은 주식시장은 폭락해도 다시 반등하게 마련이라는 다소 평이한 내용이다. 다만 브룩스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1962년 5월 28일부터 3일간 뉴욕증권거래소와 그 주변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주식시장에 투영되는지 분석한다. 1611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와 계속 비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2장 ‘에드셀의 운명’은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포드가 1955년부터 투자·디자인·홍보 등 측면에서 총력을 다해 개발한 준중형 세단 ‘에드셀(Edsel)’이 왜 투자도 덜한 다른 모델에 비해서 흥행에 실패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에드셀의 실패에 대한 업계의 통상적인 설명은 과도한 소비자 분석을 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응용사회학연구소에 의뢰해 소비자가 자동차로부터 받는 성적(性的) 매력을 분석하는 등 불필요한 조사로 정작 소비자의 실질적인 욕구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브룩스는 포드 경영진이 과학적인 소비자 분석 기법을 활용하는 시늉만 하고 그 분석 내용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아 에드셀을 파국으로 몰았다고 분석한다. 모험심만 가득했던 크라피 본부장, 항상 학구적인 이미지로 비치길 원했던 월러스 기획실장 등의 개인 캐릭터가 에드셀 개발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악영향을 끼친 것을 짚어낸다. 수천 개의 모델명 후보를 두고 포드 창업자 가족조차 반대하던 에드셀(당시 사장 헨리 2세의 아버지 이름)을 낙점한 얘기, 워낙 많은 모델명을 논의하다 경쟁사 모델인 ‘뷰익’까지 고려하게 된 얘기 등은 실소를 자아낸다.

 증권회사 하우프트가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즈음 샐러드 오일 스캔들에 연루돼 파산하게 된 내용은 이 책의 진수다. 당대의 큰 사건 세 가지를 추리소설처럼 풀어내는 브룩스의 마력에 게이츠가 빠질 만하다. 샐러드 오일 회사 앨라이드와의 선물 거래에서 수천만 달러를 날리게 된 하우프트가 파산을 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모습이 6장 ‘고객 구하기: 대통령의 죽음’의 줄거리다.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과 채권단, 변호사, 증권회사 임원들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에 미국인 전체가 TV 앞에 모여있던 날 하우프트 회생 계획을 논의했다. 미국 역사의 주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우프트 파산과 함께 돈이 묶인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넋 나간 모습에서 50년 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국내에선 『경영의 모험』을 읽은 사람이 적은 것 같다. 본지가 국내 경영학과 교수 15명에게 전화를 해 본 결과 이 책을 읽어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수십 년 전의 경영서적이 오히려 더 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했다. 서울대 이동기(경영학) 교수는 “경영학의 최신 책은 많이 출간되지만 따지고 보면 몇 십 년 전에 나왔던 이론이 변형돼 나오는 게 많다”며 “1950~60년대 글을 찾아 읽을 때가 있는데 그때 설명이 명쾌했고, 요즘 것은 복잡하기만 하고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의 모험』이 주는 교훈이 있다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업 경영과 가치 창출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완벽한 상품이나 생산 계획, 마케팅 방식이 있더라도 이것을 실현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어떤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 그들의 능력이 그들의 역할을 뒷받침하는가. 그들은 성공에 필요한 IQ와 EQ를 다 갖추고 있나.”

 게이츠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빌린 책을 보관하고 있다고 버핏에게 알렸다.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 내용 뜯어보니

1. 등락(The Fluctuation)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던 1962년 5월 28일 뉴욕증권거래소. 이곳에서 패닉을 경험한 개인투자자·증권회사·브로커 등의 모습을 통해 주식시장의 발전이 가져온 사회심리학적 효과를 묘사.

2. 포드 자동차 ‘에드셀’의 운명 1955년 포드 자동차가 투자·디자인·홍보 등 모든 측면에서 총력을 다해 준비한 준중형 세단 ‘에드셀(Edsel)’이 왜 참담하게 실패했는지 분석.

3. 연방 소득세 미국과 세계 주요국에 소득세가 도입되고 발전한 역사를 풀어내. 20세기 초 국세청장을 역임한 캐플린과 코언의 캐릭터 비교를 통해 설명.

4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내부자 거래 텍사스만 화학회사의 내부자 거래 사건. 증권거래위원회는 소송에서 “미디어 등을 통해 내부 정보가 일반에게 알려졌더라도 투자에 나서려면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주장해 승소.

5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1960년대 복사기를 발명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제록스의 사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사회공헌에 대한 고민이 제록스의 강점이었다.

6. 고객 구하기: 대통령의 죽음 가짜 담보로 파산 위기에 처한 증권회사 하우프트를 둘러싸고 증권거래위원회와 변호사, 채권은행들이 각축하는 드라마. 케네디 대통령 장례식 와중에 협상을 벌인다.

7. 꽉 막힌 철학자들: GE 사내 소통의 문제 GE의 가격담합 의혹에 대한 1961년 미 상원 공정거래 소위원회 속기록을 분석. 어떻게 사내 불통의 문제가 도덕적 해이와 만나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업 부정 스캔들로 발전했는지 설명.

8. 최후의 주가 조작: 피글리위글리의 사례 1923년 주가 조작의 한 형태인 코너(corner)를 마지막으로 감행했던 소매점 체인 피글리위글리의 소유주 손더스의 일화. 규제가 미비했던 20세기 초 주식시장의 혼란상을 묘사한다.

9. 인생 2막: 데이비드 릴리엔설 뉴딜정책을 이끌었던 정부 고위 관료 데이비드 릴리엔설이 퇴임 후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해 주주의 이익과 공익을 함께 실현하고자 노력한다는 스토리.

11. ‘개도 물기 전엔 모른다’: 이직과 영업비밀 타사로 이직을 결정한 직원과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직을 제지하려는 굿리치사 간 소송 과정을 묘사. 직업 선택의 자유와 영업비밀 보호 간의 딜레마와 해결 원칙을 제시

12. 영국 파운드화를 옹호함 1960년대 중반 세계 금융체제를 뒤흔든 파운드화 위기 때 금융질서를 지키려는 각국 간 공조와 파운드화 평가절하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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