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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스토리텔러 … 경제전문기자 영역 개척

중앙선데이 2014.07.20 00:49 384호 10면 지면보기
존 브룩스(사진)는 경제전문기자라는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경제기자가 하는 일은 업계 소식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브룩스는 스트레이트 뉴스를 발굴하는 대신 이미 나온 뉴스에 역사적·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브룩스의 기사는 추리소설 또는 드라마 대본처럼 읽힌다. 그는 세 권의 소설과 10권의 경영·금융 관련 논픽션의 작가이기도 했다.

『경영의 모험』 저자 존 브룩스

 1920년 뉴욕에서 태어난 브룩스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1942년 공군에 입대해 3년간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합류해 1944년 미1군 본부 군함에서 승전을 맞았다.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룸메이트는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었다고 한다.

  경제전문기자로 종합 주간지인 뉴요커에서 활동한 점도 특이하다. 브룩스는 제대 후 타임지에서 2년간 일하다 보다 심층적이고 긴 글을 쓸 수 있는 뉴요커 기자로 옮겼다. 당시 경제전문을 표방하는 기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스트레이트 기사 발굴에 몰두했다. 하지만 브룩스는 어려운 경제용어를 남발하며 ‘경제 인사이더’들을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일반인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 기사를 쓰자는 주의였다. 그가 쓴 책들도 소재는 경제·경영 관련 사건이지만 초점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경 등에 맞춰져 있다. 브룩스는 경제뉴스를 대중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1960년대 주식시장의 호황을 그린 책 『호시절(The Go-Go Years)』도 당대 최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럴드 차이의 성격 묘사에 집중돼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브룩스가 말하는 것이 설령 틀리더라도 최소한 재미있는 방향으로 틀렸다”고 평가했다. 1929년 대공황 전후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한 금융인들에 대한 책 『골콘다에서의 한때(Once in Golconda)』에서도 모건스탠리 펀드매니저에서 시작해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까지 올랐지만 비리로 감옥에 간 리처드 휘트니의 성격과 심리를 세세하게 묘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서평에서 “이 책은 마치 그리스 신화 같다. 휘트니에 대한 기사와 책은 전에도 나왔지만 브룩스의 책을 읽으면 충격을 받게 된다”고 평가했다. 브룩스는 자신의 책과 기사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 마르셀 뒤샹의 그림, 영국의 연극평론가 케네스 타이난을 언급할 정도로 인문학적 고찰이 깊었다.

 경제 매거진 포천지의 편집장을 지내고 지금은 뉴욕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는 조 노세라는 브룩스에 대해 “특종기자로 유명하거나 기자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신 타고난 스토리텔러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노세라는 “브룩스가 어떤 인물에 대해 한 문장이나 에피소드로 정의하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제럴드 차이에 대해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처럼 대중의 주목을 피하면서도 인기를 추구한 사람”이라고 쓰는 식이다. 노세라는 “마이클 루이스(『머니볼』의 저자이자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는 비즈니스를 위트와 특유의 스타일, 품격으로 다뤘다. 하지만 그가 있기 전에 존 브룩스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브룩스는 비즈니스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종종 글을 썼다. 1983년 뉴욕타임스 북리뷰 기고에서 그는 데이비드 버넘의 『컴퓨터 국가의 도래』에 대해 “국가의 눈과 귀가 발전하면 국민은 무력해진다”며 ‘스노든 사건’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빅 브러더 국가’의 문제를 예견하기도 했다.

 브룩스에게 경제뉴스는 숫자와 통계가 아니었다.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고, 승리와 패배로 점철된 세계였다. 그는 경제가 좋아서 경제기자를 한 게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볼 수 있는 비즈니스의 세계가 그에게 글 쓸 거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브룩스는 비즈니스 저널리즘계의 퓰리처상이라고 불리는 제럴드 로브 상을 세 번 수상했다. 1962~66년엔 국제PEN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1984년엔 미국역사학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케네디 정부에서 활약했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호시절』에 대해 “광기에 휩싸인 금융의 역사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작은 고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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