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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공공데이터 제공” … ‘정부 3.0’ 개선 나섰다

중앙선데이 2014.07.20 01:38 384호 20면 지면보기
지난 4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개발사인 록앤올(제품명 ‘국민내비 김기사’)은 국토교통부에 도로이정표 데이터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공공데이터법)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 3.0’ 제 궤도 올라설까

하지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의 답은 ‘노(No)’였다. 선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갈림길이나 교차로에서 효과적인 길 안내를 하기 위해선 이정표 데이터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록앤올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을 통해 ‘공공데이터제공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해당기관이 참여한 몇 차례의 조정협상 끝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록앤올 정광현 이사는 “분쟁조정위에 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분쟁조정 절차를 밟은 뒤에는 비교적 순탄하게 일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기업들이 공공데이터를 제공받으려면 어떤 기관에 문의해야 하는지도 막막한데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 등 컨트롤 역할을 하는 사이트들이 생겼고 분쟁조정 절차도 자리를 잡고 있어 앞으로는 좀 더 쉽게 공공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데이터 민원 해결 기미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정부 3.0’은 순항하고 있을까.

‘정부 3.0’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데이터법의 시행에 들어갔다. 법 시행 초기만 해도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이 계속되면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김기사’ 사례에서 본 공공데이터제공 분쟁조정위원회 활동이 대표적이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공데이터 제공을 거부하거나 중단했을 때 국민들이 복잡한 행정소송 절차 대신 간단한 분쟁조정 절차만 밟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공데이터 제공 거부 통보를 받으면 60일 이내에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위원회는 당사자 진술을 청취한 뒤 사실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조정안을 제시한다. 조정이 성립되면 공공데이터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분쟁조정위는 ‘김기사’ 건을 비롯해 모두 26건의 분쟁을 해결했다. 조정위 관계자는 “조정위를 통해 데이터 제공과 관련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민간 사업자들의 모의와 참여가 크게 늘고있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원스톱서비스 현장대응반(PSC·Problem Solving Coordinator)’도 가동 중이다. PSC는 공공데이터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해 민원이 발생했을 때 상담부터 현장간담회까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구다.

통합콜센터(1566-0025)로 민원을 접수하면 현장대응반이 바로 출동해 문제를 해결한다. PSC는 민원해결 뿐 아니라 민간 건의사항을 공공기관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도 맡고 있다.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절차를 밟을 수 있게 도와 준다. 출범 이후 6건의 민원을 해결했고 현재 4건이 진행 중이다.

미세 먼지농도와 자외선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앱 ‘하이닥’ 개발사인 엠서클은 PSC의 도움으로 민원을 해결한 경우다. 처음에는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데이터 제공에 난색을 표했던 기관들은 PSC의 중재를 거쳐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엠서클 서정호 부장은 “공공데이터를 제공받아 서비스한 후 트래픽(데이터 이동량)이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민간 역할 가이드라인 8월 확정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민간 사업자들 사이에선 “쓸모없는 데이터는 넘쳐나는데 정작 ‘돈이 될 만한’ 데이터는 제공받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A사 관계자는 “정보화진흥원 등을 통해 필요한 공공데이터를 제공받는 사례가 늘었지만 정부가 보유 중인 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제공 요청을 받은 다음에야 일선 공무원들이 며칠씩 고생해 가며 정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해 활용하자는 ‘정부 3.0’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데이터 제공을 넘어 서비스 개발에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민간 업체를 고사시킨다는 지적도 많았다. (본지 4월 13일자 1면)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의 직접 서비스 제공의 부작용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유지·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공공과 민간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등 단점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안행부와 정보화진흥원은 지난 5월 세 차례의 민·관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공공서비스와 민간서비스 간 충돌이 가장 많은 기상관련 민간사업자는 토론회에서 “기상청의 오픈 API서비스 이후 회사의 신규 구매가 10% 이상 하락하는 등 매출에 타격이 있었다”며 “재난 서비스 등 공공성격이 강한 서비스는 기상청이 맡고 그 외 상업 서비스는 민간에서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토론회 이후 ‘공공데이터 제공 및 시장 공정경쟁 지원을 정부가 맡고, 개방된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민간에서 담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부와 민간 역할에 대한 최종 가이드라인은 오는 8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김진형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 위원장은 “문제가 된 직접 서비스는 점차 줄여나가고 ‘정부 3.0’의 취지에 맞게 정부는 맞춤형 공공데이터 제공, 우수한 창업 아이디어 지원 등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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