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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요격률 90% 아이언돔 효과

중앙선데이 2014.07.20 03:06 384호 29면 지면보기
주요국 중에서 수도와 같은 인구 밀집지역이 적의 다연장 로켓이나 야포·박격포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딱 둘이다. 한국은 북한의 방사포(다연장 로켓)와 장사정포(장거리포)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발사했던 게 방사포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로부터 다연장 로켓이나 박격포 공격을 수시로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은 안보환경이 비슷하다. 환경은 비슷하지만 대비 태세는 완전 딴판이다. 이스라엘은 적극적·독자적 대비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는데 한국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이라는 대공 무기체계로 팔레스타인 측의 로켓포 공격을 대부분 막고 있다. 이 달 초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은 지금까지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 숫자는 아직까지 0명에 머물고 있다.

아이언돔은 군사용어로는 C-RAM (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으로 분류되는 무기체계의 하나다. 날아오는 로켓탄과 야포 포탄, 박격포탄을 근거리에서 공중 요격하는 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보환경이 다르다 보니 미국·영국·러시아·중국 중 어느 나라도 이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기존 대공무기를 개량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아이언돔은 이미 실전에서 효력이 입증됐다. 2012년 11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하마스 최고지도자 아마드 알 자바리를 공격해 살해하자 하마스는 보복으로 나흘간 다연장 로켓 로켓 737발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공터로 날아와 위협이 되지 않는 464발은 내버려 두고 나머지 273발을 아이언 돔으로 요격해 이 가운데 245발을 공중에서 차단했다. 요격률이 90%에 이른다. 이렇게 로켓을 쏘지 않은 것만 못해지자 하마스는 추가 발사를 포기했다. 이번에도 거의 마찬가지의 양상이다.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은 3단계로 이뤄졌다. 적이 사거리 25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해오면 ‘화살(Arrow)’이라는 미사일로 잡는다. 사거리 70~250㎞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날아오면 ‘다윗의 무릿매(David’s Sling)’라는 미사일로 막는다. 로켓포·야포·박격포 등 사거리 4~70㎞의 단거리 추진체 공격을 차단하는 게 아이언돔이다. 5만 달러 정도인 카심 미사일을 발사해 원가 수 천 달러짜리 로켓포를 막는다. 하지만 5만 달러는 이스라엘 국민의 목숨 값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방어’에 중요하다고 미국을 설득해 미사일 값의 일부를 지원까지 받는다.

한국은 북한의 값비싼 탄도 미사일과 비교적 값싼 방사포와 장사정포 모두에 취약하다.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탄도 미사일은 미 해군 순양함·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된 요격미사일 SM-3로만 90% 정도의 확률로 차단 가능하다. 우리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이 있지만 SM-3가 없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SM-2 미사일로는 마하 1미만의 아음속으로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 정도나 떨어뜨릴 수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수도권을 노린 적의 방사포나 야포를 중간에 차단할 방법은 전혀 없다. 수도권이 불바다가 된 다음에 연평도 때처럼 대응사격만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군사전문가에 따르면 적 장사정포 기지를 5분 내에 90% 무력화할 대응 시스템 설치에 약 5000억원, 날아오는 포탄을 공중에서 잡을 아이언돔에 500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이쯤 되면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과 배치는 예산이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와 관심의 문제다. 국민의 안전을 누가 챙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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