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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시련 그후 2년 … 승부사로 단련된 박태환

온라인 중앙일보 2014.07.20 00:54
전성기는 지났다. 후원은 끊겼다. 하지만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는다. 박태환은 18일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400m에서 대회 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사진은 16일 자유형 200m 결승에 나선 박태환. [김천=뉴시스]


‘마린 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

노련하고 더 강해진 마린보이
올림픽 부진 뒤 기업체 후원 끊겨
국민 성금으로 호주서 지옥 훈련
인천 아시안게임 선발전 3종목 1위
400m선 라이벌 쑨양 시즌 기록 앞서



 18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 나타난 그는 더이상 풋풋한 외모의 ‘미소년’이 아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노련한 레이스, 그에게서 ‘승부사’의 분위기가 풍겨났다.



 박태환은 18일 경북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2014 MBC배 전국수영대회 겸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일반부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75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트부터 맨 앞으로 뛰쳐나온 그는 2위 장상진(충북수영연맹·3분54초61)에 10초 가까이 앞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이날 눈부신 역영 끝에 2010년 이현승이 세운 종전 대회 기록(3분55초75)을 4년 만에 무려 11초나 앞당겼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라이벌 쑨양(23·중국)이 지난 5월 중국선수권에서 수립한 기록(3분45초12)보다도 0.37초 빨랐다. 박태환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4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또 2006 도하아시안게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누가 뭐래도 자유형 400m는 그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석연찮은 실격 판정을 받았다가 번복된 탓에 금메달을 놓쳤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출전하는 종목마다 기록을 세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5초25로 올시즌 세계 기록을 새로 썼다. 캐머런 매커보이(20·호주)가 올해 호주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시즌 세계 최고기록(1분45초46)을 0.21초 앞당겼다. 주종목이 아닌 개인혼영 200m도 2분00초31로 한국 기록을 세웠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좌절을 겪으면서 박태환의 시대는 저무는 듯했다. 떼어 놓은 당상으로만 알았던 400m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기업체의 후원도 끊겼다. 졸지에 훈련 장소도 구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은퇴설이 불거졌지만 박태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3월 인천시청에 입단해 다시 물살을 갈랐다. 런던 올림픽 직후 5개월 동안의 훈련 공백으로 지난해 7월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에는 불참했다. 그 사이 라이벌인 중국의 쑨양은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800m·1500m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박태환의 열정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팬들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박태환 국민 스폰서 프로젝트’를 통해 7000여 만원의 훈련자금을 모았다. 그 돈을 들고 박태환은 지난해 7월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새벽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기초 체력 및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수 천 미터 물살을 갈랐다. 그의 피부는 새까맣게 그을릴 수 밖에 없었다. 크고 작은 호주 대회에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키웠다.



 박태근 코치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힘과 근력을 동시에 늘려 단거리와 중장거리 모두 좋은 기록을 나올 수 있게 했다. 100% 완성은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박 코치는 또 “태환이가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레이스 운영도 노련해졌다. 이제는 온전히 혼자만의 레이스를 펼칠 줄 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코치의 작전에 따라 완급 조절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라 여유있게 레이스를 풀어나간다. 한체대 육현철 교수는 “박태환은 런던 올림픽 이후 너무 지쳐있는 상태였다 ”며 “이제는 단거리, 중장거리는 물론 개인혼영까지 넘보는 전천후 선수가 됐다. 이제 박태환은 원숙한 승부사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S BOX] 방황 뒤 정신 차린 쑨양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박태환의 라이벌은 뭐니뭐니해도 중국의 쑨양(23)이다.



2012 런던 올림픽 2관왕, 2013년 세계수영선수권 3관왕을 차지한 쑨양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크고작은 스캔들을 뿌리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6살 연상의 승무원과 1년 넘게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중국 체육당국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중국 체육 당국은 “쑨양이 올림픽 이후 광고 및 홍보 활동에 치중하느라 훈련에 불참했다”며 훈련 보조비를 삭감하고 상업광고 출연을 금지시켰다. 지난해 말에는 무면허 운전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 3월 징계가 풀린 쑨양은 5월 열린 중국수영선수권에서 200m·400m·1500m를 석권하며 부활했다. 박태환 전담팀 박태근 코치는 “쑨양도 호주에서 열심히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는 또다시 박태환과 쑨양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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