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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은퇴자금은 '안전빵'이 최고라고?

온라인 중앙일보 2014.07.19 13:33
[중앙DB]



안전만 중시하다간 자금 고갈시기 앞당겨 일부는 공격적 포트폴리오

이코노미스트 2년 전 국내 중견 기업에서 정년퇴직한 A씨는 올해 61세다. 남들은 명예퇴직이다 뭐다 해서 정년이 되기 전에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그나마 ‘천수’를 누려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정작 노후생활은 그렇게 편치 않다. 현역 때 노후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은행에 넣어 둔 퇴직금을 헐어 부족한 생활비에 보태 쓰고 있다. 하지만 퇴직금이 언제 바닥날지 몰라 불안한 나날이다.



적정 인출률은 연 4% 안팎



은퇴 전엔 대개 노후에 쓸 돈을 모으는 데 힘을 쏟는다. 은퇴 후는 이렇게 모은 돈을 쓰면서 살아간다. 전 생애를 놓고 볼 때 은퇴 전은 적립의 시기라고 한다면 은퇴 후는 인출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노후생활의 질은 적립 못지 않게 인출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마치 등산을 할 때 오르는 것만큼 내려오는 것도 중요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은퇴 전은 돈을 버는 시기라 적립을 잘못해도 만회할 기회가 그런대로 주어진다. 하지만 은퇴 후엔 수입이 확 줄어든 상태에서 모은 돈을 빼다 쓰게 되므로 자칫하다간 은퇴자금이 빨리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평균수명 연장에다 저금리 현상으로 자산운용이 녹록치 않은 요즘은 인출전략을 치밀하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과도하게 빼다 쓰거나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은퇴자금이 소진돼 오랜 세월을 빈털터리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출전략은 연령, 인출 기간, 운용수익률, 물가상승률, 은퇴자금, 생활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수립하는 게 원칙이다. 이들 변수를 고려하면 은퇴자금이 언제쯤 고갈될 것인지를 어렴풋이 계산할 수 있다. 이때 자금고갈을 막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생활비를 줄이든가, 아니면 운용수익률을 높이든가 해서 인출금액을 조절하는 것이다. 자산설계 전문가들은 적정 인출률을 연 4% 내외로 본다. 이 비율을 웃돌면 자금의 조기 고갈 가능성이 커지고 밑돌면 그 반대라는 이야기다.



은퇴자금 관리는 무조건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이 많다. 투자는 위험하다며 외면하고 은행예금을 중심으로 하는 자금운용이 주축을 이루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안정성 위주의 자금운용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표적 은퇴자금인 퇴직연금의 운용실태만 살펴 봐도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안정성에 편향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올 3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85조원 가운데 확정급여(DB)형이 60조원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확정기여(DC)형은 20.1%로 상대적으로 가입이 저조했다. 더구나 퇴직연금 시장에서 원금보장형 상품이 93%나 됐다. 실적배당 상품 비중이 50%가 넘는 미국의 연금 시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운용방식은 퇴직 후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는 은퇴자금의 조기 고갈 가능성이다.



A씨가 퇴직금을 연 2.5%의 수익률로 운용한다고 할 때 고갈 시점을 예측해 보자. 변수들을 따져보는데, 먼저 노후생활비다. 일반적으로 노후생활비는 은퇴 전 생활비의 70%가 소요된다고 한다. A씨는 은퇴 전 생활비로 300만원을 썼으므로 노후생활비는 210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국민연금이 매달 100만원씩 나온다. 은퇴자금은 퇴직금 2억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전 일변도로 가다간 ‘무전장수’ 각오해야



기본적인 생활비는 국민연금으로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은 은퇴자금에서 빼다 쓴다고 하자. 생활비와 국민연금 수령액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늘어나고 생활비로 쓰고 남은 은퇴자금은 연 2.5%의 수익률로 재투자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 경우 A씨의 은퇴자금은 11년 만에 몽땅 사라진다. 72세 이후부터는 국민연금만 가지고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A씨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자금 고갈시기를 늦추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우선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자산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혹 보유 자산 가운데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 남겨놓은 재산이 있다면 은퇴자산으로 돌려 놓자. 생활비도 적정한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비를 줄이는 게 쉽지 않겠지만 거품이 있다면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용수익률 점검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안정성만 내세우는 것도 좋지 않다. 이렇게 해서 A씨는 은퇴자금 5000만원을 더 찾아냈고, 용돈을 10만원 줄여 생활비를 200만원으로 낮췄다. 은행에 있는 은퇴자금도 연 수익률이 5%인 ELS(주가연계증권)로 갈아탔다. 그랬더니 자금 소진기간이 11년에서 26년으로 늘어났다.



A씨의 예는 은퇴자금도 다소 공격적으로 운용해야 조기 소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은퇴 후 짧은 여생을 보냈을 때 투자는 사실 위험했다. 위험을 녹일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다. 그러나 지금은 은퇴하고도 30~40년을 살아야 한다. 이 정도 기간이면 충분히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위험은 시간 앞에서 나약해진다. 게다가 지금은 저금리 시대가 아닌가. ‘안전빵’만 좋아했다간 은퇴자금이 일찍 바닥을 드러내게 돼 ‘무전장수’를 각오해야 한다.



은퇴자금은 국민연금이나 즉시연금 같은 종신연금을 기본으로 깔고 나머지는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은퇴자금을 인출할 때 세금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은 연간 1200만원 이상 인출할 때 종합소득과세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연금소득은 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원과 합산 과세 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무거워진다. 만약 사적 연금 인출액이 연 1200만원이 넘는다면 인출시기를 분산함으로써 절세를 도모할 수 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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