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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 관련 땐 대가 치를 것" … 푸틴 "우크라이나 정부 탓"

중앙일보 2014.07.19 01:04 종합 3면 지면보기
17일(현지시간) 주우크라이나 네덜란드 대사관 앞에서 한 여성이 ‘푸틴은 살인자’라고 쓴 종이를 덮고 누워 시위하고 있다. [키예프 AP=뉴시스]


유엔이 18일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국제적 차원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반군과 지원세력이 범죄증거를 감출 이유가 충분하다”며 “즉각적인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러 갈등 악화 '시계 제로'
유엔 "즉각 진상조사" 결의문
러 "푸틴 전용기 노렸다" 주장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벌어지던 우크라이나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되며 미·러 관계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지지한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가 뒤를 봐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의 내전이었지만 298명의 탑승객이 사망한 대형 참사가 벌어지며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격추된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사진 위)과 러시아제 ‘부크’ 지대공 미사일(아래). [키예프 AP=뉴시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전용기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책임론을 피해갔다. 러시아 항공청 관계자는 17일 인테르팍스통신에 “대통령 전용기는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을 오후 4시21분(모스크바 시간)에, 말레이시아 여객기는 그보다 앞선 오후 3시44분에 통과했다”며 “격추범이 외관이 비슷한 두 비행기를 오인해 격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해 러시아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여객기는 러시아제 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반군이 격추를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오바마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같은 (격추)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정보당국은 반군 세력이 러시아제 SA-11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A-11 미사일은 러시아에선 ‘부크’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말레이시아항공기 격추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을 운반했던 트럭이 18일 동 트기 직전 러시아 국경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정치권에서도 러시아를 겨냥한 강경론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여객기 추락이) 분리주의 반군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투기로 오인해 벌어진 결과라면 대가를 치를 것이고 치러야만 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러시아가 관련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면 유럽은 더 움직여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러시아가 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여객기 격추에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제재 문제로 격돌했다. 미국이 전날 러시아의 에너지·금융·군수 기업에 대해 미국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제재안을 내놓자 푸틴 대통령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반군에 각종 무기 등을 제공하며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한 러시아를 지향했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군사활동을 재개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떠넘겼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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