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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수입쌀에 300~500% 고율 관세 … 농가 보호"

중앙일보 2014.07.19 00:54 종합 5면 지면보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쌀시장 전면 개방 방침에 반대하며 경찰을 향해 쌀을 뿌리고 있다. 이날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1]


이동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쌀 시장을 열겠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이다. 남은 관건은 관세를 얼마나 매길 수 있느냐다. 정부는 300~500% 정도면 시장 개방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쌀 개방과 관련한 쟁점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정부안대로 되면 국산쌀이 더 싸
미국·중국에선 150~200% 제시
농가에서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통상압력 → 관세 하락 → 국산 퇴출



 ▶꼭 개방 해야 하나=한국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쌀이었다. 올해로 예외 인정기간 20년이 끝나 개방 의무가 생겼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유예기간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물론 대가가 따른다. 의무수입 물량(올해 40만9000t)을 더 늘려주는 것이다. “그보다는 고율 관세를 매기는 조건으로 시장을 여는 게 국내 쌀 농가 보호에 유리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농민단체는 “ 현 상황 유지를 위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은 하지 않고 양보할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게 현 정부의 태도”라고 비판한다.



 ▶개방이냐, 관세화냐=정부는 이미 쌀 시장이 개방돼 있다는 입장이다. 매년 의무수입 명목으로 수입쌀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개방’보다는 ‘관세화’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개방이나 관세화나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개방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관세화라는 어려운 표현을 동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쌀값은 싸지나=지난해 쌀값을 기준으로 했을 때 관세율이 300% 이상이면 수입쌀이 국내산보다 비싸진다. 국내산보다 비싼 수입쌀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기는 힘들다. 국내 농가도 구태여 쌀값을 내릴 필요가 없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 쌀 농가를 보호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단, 높은 관세가 유지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농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율이 낮아져 수입쌀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식량 안보 위협 받나=농가에서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통상압력→관세율 하락→수입쌀값 인하→국내산 퇴출→쌀 생산 기반 붕괴’다.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면 해외 대형 곡물수출 업체에 휘둘리면서 자칫 식량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쌀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경쟁력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율 관세 가능한가=이 장관은 이날 “(관세율에 대한) 정부 안은 300~500%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쌀 관세율 예상 수치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150~200%를 제시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정부가 계획한 고율 관세가 결정·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관세율은 농업협정에 따라 86~88년 국내 쌀값과 국제 시세의 차이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당시 국내 쌀값은 비쌀수록, 국제 시세는 쌀수록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게 가능해진다. 그런데 정부가 관세율 계산에 사용할 당시 국내외 기준 쌀값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의무수입량 없어지나=그대로 남는다. 의무수입한 쌀에 붙는 관세는 5%다. 의무수입량을 초과해 들어오는 쌀을 허용하되, 정부는 여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초과 수입량을 최소화하겠다”며 농민단체를 설득하고 있다.



 ▶법 개정, 추가 논의 필요한가=쌀 수입업에 대한 정부 허가권을 명시한 양곡관리법이 개정돼야 쌀 시장도 개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법은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수입업 허가를 명시한 것”이라며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쌀을 수입하는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협의체를 만들어 추가 논의를 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지금껏 많은 의견을 수렴해왔고 본질적이지 않은 것에 신경 쓰기엔 추후 절차를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며 거부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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