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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전세계에 대한 테러다

중앙일보 2014.07.19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승객·승무원 등 298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 MH17편이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미사일에 격추된 사건은 국제사회가 테러를 당한 것과도 같다. 평화롭게 국제 항로를 비행하는 제3국의 여객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떨어뜨려 무고한 민간인의 목숨을 뺏은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반인륜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 지역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를 주장하는 친러시아 민병대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위험한 곳이긴 하다. 이런 곳에 민항기를 지나가게 한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민간인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번 사고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전 세계인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으로 국제사회가 분노해야 할 일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각 소집됐다. 이는 그만큼 사태가 급박하다는 의미이자 이번 사태를 국제사회의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긴급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힐 책임이 국제사회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유엔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가 가능한 전문 조사팀을 신속히 꾸려 특정 국가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진상을 조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도 제안한 내용이다.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이다. 조사 결과 책임을 물릴 나라를 승복하게 하려면 객관성과 과학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사에는 서방만이 아닌 전 세계의 주요 지역 을 대표하는 세력을 고루 참여시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개별 국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사팀을 유엔 산하에 두고 유엔에만 책임을 지도록 보장할 필요도 있다.



 조사의 최종 목적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내고 재발을 막는 일이다. 여객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범죄행위지만 이들에게 무기체계와 격추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측에게도 책임을 물려야 한다. 책임 소재를 가린 다음에는 안보리 차원에서 철저히 응징해 재발을 막도록 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맡아야 할 더 중요한 과제는 우크라이나 내전을 비롯한 국지적인 안보 불안을 잠재우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한 서방이 그간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지근하게 접근한 것도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쟁지역의 항공운항과 관련한 안전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항공기 상호 식별장치 강화와 분쟁정보 실시간 제공 등으로 항공기 안전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에는 한국인 탑승객이 없었지만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 국경이 무의미할 정도로 고도로 글로벌화하고 국제교류가 일상화한 시대에 국제 운송의 핵심인 항공로의 안전 수호는 모두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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