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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할 말 하는 장관 내보내는 인사,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2014.07.19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약을 먹다 끊으면 내성만 키워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듯 국가 적폐도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옳은 얘기다. 마찬가지 당부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적폐에 대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비통함은 대통령의 거듭된 인사 실패로 인해 국정의 위기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중엔 지금 대통령의 상식과 판단력을 의심하는 한탄이 퍼져가고 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이 수도권 재·보궐선거전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포기했겠나.



 엊그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면직 조치만 해도 그렇다. 장관 면직은 과거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이 애착을 보였던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논란 끝에 자진사퇴한 이튿날 바로 유 장관을 면직했다. 후임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전임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상식과 관행을 굳이 깨고 제2차관한테 직무대행을 맡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담당하는 제1차관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기에 유 장관의 돌연 면직은 문체부의 업무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다. 유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내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를 두 번 주장하다가 박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이 올린 문체부 고위 인사안이 청와대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고, 청와대가 요구한 시국강연회를 문체부 소관이 아니라며 거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후임 장관감이 없으면 유 장관을 유임시키라’는 요청을 청와대에 전달했는데 이에 따라 유임설이 퍼져나가자 청와대가 이를 전격 차단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 보면 유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자유롭게 소신 발언을 했다. 장관으로서 자신의 고유 권한을 지키려 했다. 장관에 대한 임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비상식적인 장면이 쌓이다 보면 곧 인사 적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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