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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보유액 세계 1~6위가 IT기업, 경쟁 치열해 국내기업도 '실탄' 비축

중앙일보 2014.07.18 02:30 종합 4면 지면보기
7000억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710조원을 넘는다. 바로 현금 많은 순서로 꼽은 세계 10대 기업이 깔고 앉아있는 돈이다. 투자나 배당을 꺼리면서 회사 안에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캐시 파일(cash pile)’은 한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애플은 1505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다. 삼성전자의 4.5배나 된다. 다음은 제너럴일렉트릭(1327억) 마이크로소프트(884억 달러), 구글(615억 달러), 버라이즌(541억 달러), 시스코(482억 달러) 순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473억 달러),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414억 달러)가 7~8위로 나란히 뒤를 이었다. 이들 10대 기업의 현금을 합치면 6968억 달러로 스위스 1년치 국내총생산(GDP)을 훌쩍 넘는다.


FT "일찍 터뜨린 샴페인 될 수도"
정부의 기업 유보금 활용방안 지적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취임과 함께 대기업이 묵혀둔 현금을 풀도록 채찍(과세)과 당근(지원)을 함께 쓰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지적처럼 한국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건 사실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 제조업의 사내 유보율은 94.7%로 미국 62.1%보다 훨씬 높다. 한국 제조기업은 어디든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익)이 생기면 그중 5.3%만 배당 등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94.7%는 쌓아뒀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 기업은 40% 가까이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순익 중 주주 배당으로 돌리는 몫)에서도 한국은 21%로 미국 35%, 독일 48%, 일본 23%에 못 미친다.



 하지만 불안한 기업을 달래 현금을 풀도록 유인하기란 쉽지 않다. 현금 많은 기업 세계 1~6위는 정보기술(IT) 회사 독무대다. IT 시장이 수년 후를 장담하기 힘들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탓에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현금 쌓기에 몰두하고 있어서다. 시가총액에 견준 사내 유보액 비중을 따진다면 삼성전자(17.5%)는 애플(26.4%), 마이크로소프트(24.3%)에 비해 양반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내유보금을 활용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새로운 구상은 자칫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의 분석을 인용하면서다. 기업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금을 섣불리 써버리면 정작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할 때 빚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FT는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와 싸우느라 지친 한국 기업은 이미 (정부 계획에) 저항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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