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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애플이 쌓아둔 현금은 삼성전자의 4.5배"

중앙일보 2014.07.18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 구상을 재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형식은 ‘건의서’였지만 분명한 반대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회장 직무대행도 이날 “기업이 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보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나온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와 회계 전문가를 통해 사내유보금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매년 사내유보금 84%는 투자
주머니 속 현금이라는 건 오해
배당·임금 늘려도 소비 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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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사내유보금이 현금’은 아니다=사내유보금은 이익 중에서 배당을 하지 않고 회사에 남긴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은 대부분 공장·기계·토지 등에 투자된다. 다만 배당·임금 등을 통해 회사 밖으로 나가지만 않았을 뿐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상장사 사내유보금의 84%가량이 투자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보고서도 다르지 않다. 2012년 기준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43조원이고,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15% 정도다. 황인태(차기 한국회계학회장)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내유보금을 마치 주머니 속에 든 현금처럼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② 유보금 많으면 투자 안 한 건가=유보금이 늘어난 것은 맞다. 30대 기업의 경우 2008년 306조원에서 2012년 443조원으로 늘어났다. 이 중 현금성 자산은 55조원에서 67조원으로 증가했다(21%).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24% 증가한 걸 감안하면 급증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투자가 늘어도 유보금은 변하지 않는다. 자산 분류만 현금에서 유형자산으로 바뀐다. 현금이든 유형자산이든 모두 유보금이기 때문에 “돈 쌓아두고 투자 안 한다”는 지적은 틀렸다는 얘기다. 예컨대 유보금으로 현금 150억원이 있는 기업이 이 중 50억원을 설비에 투자해도 유보금은 150억원으로 변함이 없다. 배당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③ 사내유보금이 왜 필요하나=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하고 나서 유보금이 늘었다. 반도체 공장은 설비 관리나 보수에만 수조원이 들기 때문에 쓸 돈을 챙겨놔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법인 수익을 모두 한국으로 송금하면 세금 등 송금 비용이 들어 오히려 손해다. 그래서 수익을 해외법인에 그대로 두는데 이런 자금도 다 유보금으로 잡힌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용 자금도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2조원 정도 되는 해외 자산을 팔았는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내유보 중”이라며 “돈 되는 사업을 찾고도 투자를 안 할 기업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④ 정부 방침은 실효성 있나=한국PMI컨설팅의 신현관 박사는 “업종, 기업 형태, 경영 전략 등에 따라 상황이 다 다른데 정부가 어떻게 적정 유보금의 기준을 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일본에서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하지만 이는 소비 진작이 아닌 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으려는 꼼수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과세”라고 말했다. 배당이 개인 소득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33%다. 기관·정부 지분(43%)을 빼고 남은 개인 지분은 24%다. 전경련 관계자는 “24% 중 대주주 보유분을 빼면 일반 개인에게 돌아갈 돈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경총 회장 직대는 “유보금을 임금 인상에 사용하면 고임금 상태에 있는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더 오르고 중소·영세 업체의 저임금 근로자에겐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훈·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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