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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율 관세로 쌀 보호" 농민 "관세율 법에 명시를"

중앙일보 2014.07.18 01:22 종합 6면 지면보기
정부는 쌀시장을 개방(관세화)하더라도 수입량은 현재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산 쌀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당 2189원이었다. 미국산 쌀값(791원)보다 세 배 비싸다. 관세율을 300%는 매겨야 한국 쌀이 국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쌀 관세율 400%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개방’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개방하지 않으면 의무수입량을 늘려야 하는 게 국제 교역의 현실”이라며 “관세를 5%만 매기는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보다 원칙적으로 문은 열되 관세를 높게 부과하는 게 쌀 농가나 국가 전체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현상유지가 최선" 주장
"높은 관세를 미·중이 인정하겠나"
정부 "먼저 개방한 일본 피해 안 커"

 정부가 WTO에 “쌀시장을 열고 관세율을 400%로 하겠다”고 통보할 시점은 9월이다. 이후 10~12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나라가 없으면 정부가 발표한 관세율로 국내 쌀시장이 열린다. 남태헌 농식품부 대변인은 “관세율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국내 쌀 산업 보호 방법을 ‘수입량 제한’에서 ‘관세화’로 바꾼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농민과 쌀 개방 반대론자들이 정부 방침을 비판하는 이유도 관세율에서 나온다. 정부는 고율 관세 적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를 미국·중국과 같은 쌀 수출국들이 인정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쌀 관세율 150%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놓고 협상을 벌이다 보면 정부가 목표한 400%에 못 미치는 관세율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개방 첫해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더라도 통상 압력이 끊임없이 가해자면 공산품 수출국인 한국으로선 이를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란 게 반대론자 논리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반대 여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약속은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관세율을 법에 명시하는 수준의 약속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다. 정부가 WTO를 설득해 해마다 40만9000t의 쌀을 5%의 관세로 수입하는 현행 조건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협상력을 발휘하면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전농은 “현상유지라는 가장 큰 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는 정부 태도엔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WTO에 요구해 받을 것을 고민하지 않고 먼저 양보할 게 무엇인지 찾는 게 지금 정부 관료들의 태도”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WTO 협정문상 2015년 쌀 관세화는 한국의 의무”라며 “협정문 검토 결과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라고 결론 내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쌀시장 개방을 실시한 일본·대만의 사례를 들어 국내 시장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1999년 4월 쌀시장 개방을 선언했다. 68만2000t의 의무수입량을 유지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첫해 관세율은 1066%였다. 그 덕분에 개방 첫해인 2000년엔 수입량이 326t 증가하는 데 그쳤다. 0.05% 늘어난 것이다. 이후에도 관세율은 300~40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지난해 의무수입량 초과 수입분은 504t이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만도 2003년 쌀시장을 개방하면서 첫해 관세율 563%를 적용했고, 의무수입량(14만4000t) 이상의 수입 물량은 연간 500t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인홍 차관은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가능한 한 최대치의 관세율을 설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쌀 개방(관세화)=한국은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량(올해 40만9000t)의 쌀을 수입해왔다. 의무수입물량보다 많은 양의 쌀이 수입되는 것을 허용하는 게 쌀시장 개방이다. 정부는 개방을 하는 대신 의무수입량 초과분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개방’이라는 말 대신 ‘관세화’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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