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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넣으면 한국 드라마서 본 불고기 되나요?"

중앙일보 2014.07.18 00:26 종합 22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로마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직원 전용 식품매장에서 FAO 직원들이 김·컵라면 등을 맛보고 있다. [사진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
로마제국의 카라칼라 황제(재위 211~217)가 만든 대형 목욕탕 인근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직원 전용 식품매장. 지난달 말 새로운 히트 상품이 생겼다. 한국산 김과 불고기 양념이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로베르토 보나페데 FAO 매장 총괄 매니저는 “치보 코레아노 메노 말레(‘한식, 대박’이라는 이탈리아어)”가 입버릇이 됐다. 이달 초엔 이탈리아 와인과 프랑스 치즈 옆에 소형 태극기를 붙여 놓은 별도 코너까지 마련했다.


로마 유엔 직원매장 한식재료 히트
김·불고기양념 없어서 못 팔 정도

 330㎡ 규모의 이 매장은 진입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FAO 측이 꼼꼼히 고른 검증된 제품만 들어올 수 있다.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일식도 구색만 갖추고 있을 정도다. 자국 음식에 자부심이 유독 강한 이탈리아인들이며 세계에서 선발된 엘리트 국제기구 직원들의 눈도 높다. FAO는 192개 회원국을 둔 유엔산하기구로 로마 상주 직원만 3000명이 넘는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측에서 보나페데 매니저를 설득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다. 보나페데는 17일 “처음엔 한식 재료가 과연 팔릴까 싶었는데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했다. 구매한 고객들의 국적은 미국·영국·알바니아 등으로 다양하다. 손님들은 “이 양념을 어떤 고기에 재워야 한국 드라마에서 본 불고기가 되느냐”는 질문부터 “김은 언제 다시 들어오느냐”는 질문을 한다고 그는 전했다. 고추장·된장을 사서 요리에 응용하는 이들도 생겼다. 짭조름한 김은 맥주 안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주이탈리아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입점 당시엔 6개월 계약을 겨우 따냈지만 이젠 매장 측에서 장기간 계약을 맺자고 제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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