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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만인의 놀이로 진화했다 … 화가 홍승혜의 네모들

중앙일보 2014.07.18 00:20 종합 23면 지면보기
컴퓨터 화소들이 모여 벽에 걸린 그림이 되고, 집을 닮은 설치가 된다. 홍승혜의 ‘회상’ 전시 전경.
1996년 한글 타자를 치려고 컴퓨터를 부팅했다가 포토샵을 만나게 됐다. 그리드(격자)와 픽셀(화소)로 백지에 도형을 만드는 데 흠뻑 빠졌다. 97년 발표한 ‘유기적 기하학’이 진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홍승혜(55) 서울과기대 교수 얘기다.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다음달 17일까지 열리는 회고전 ‘회상’에서는 그가 17년간 주물러 온 네모들이 시공간의 층을 넘고(‘레이어를 넘어’), 분절과 결합을 거듭한다(‘파편’). 그의 작업은 또 음악적 질서를 수용하는가 하면(‘음악의 헌정’), 끊임없이 프레임을 갱신(‘프레임의 모든 것’)하기도 한다. 1997년 초기 컴퓨터 드로잉에 기초한 실크스크린 작업은 잉크젯 프린트로, 2000년 서랍 모양의 알루미늄 패널 작업은 실제 가구로 재현되고, 2004년의 벽화 ‘회상’은 알루미늄 패널로 재생됐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돌이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과거는 주어졌고, 미래는 한없이 불확실하다.” 그가 컴퓨터에서 발견한 이 작업 형식은 평면과 입체, 순수미술과 디자인, 조각과 가구 사이를 넘나들며 변주된다. “나는 미래보다 과거, 선택한 것보다 주어진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자족적인 동시에 자아도취적이다. 감상을 억누르지 않고 발산한다. 이런 ‘유기적 기하학’은 예측불가의 상태를 유발하며 만인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그리하여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시간에 의해 변화하는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02-735-8449.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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