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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겉 다르고 속 다른 지상파 UHD 방송

중앙일보 2014.07.18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전 국민을 상대로 초고화질(UHD) 방송 기술 교육을 시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의 말이다. 지상파들이 UHD용 주파수를 달라고 정부를 압박하면서 메인 뉴스까지 동원한 것을 지적한 말이다.



 기술 용어가 남발하는 뉴스를 보는 시청자는 어리둥절하다. 더욱이 일부 내용은 사실과도 달랐다. 지상파들은 이번 월드컵을 UHD로 중계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UHD 시청 가능 가구는 전체 1734만 가구의 0.1% 미만이었다. 아직 기술적으로 불완전하고 수도권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500만원 넘게 주고 UHD TV를 구매한 한 시청자는 “단 한 경기도 초고화질로 시청할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상파들은 이러한 상황은 쉬쉬한 채 지상파 UHD용 700㎒ 주파수를 공짜로 할당하라며 연일 미래부를 압박하고 있다. 보편적인 무료 서비스, 시청자 복지 확대가 이들의 주된 논리다. 지난 2일에는 3사가 일제히 메인 뉴스를 동원했다. 정부와 통신사가 발목을 잡아 국가 표준을 정하지 못하는 바람에 우리만 UHD 방송을 못 보게 생겼다는 내용의 리포트였다. 잔뜩 공포감을 조성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주요 선진국들도 지상파 UHD 국가 표준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세금이 투입되지 않고 실패해도 부담이 작은 케이블·위성 등 유료방송 위주로 먼저 시작됐다. 지상파 측은 당장 유럽 방식(DVB-T2)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유럽에서 이 기술을 지상파 UHD 국가 표준으로 정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미국도 내년 말께나 국가 표준(ATSC 3.0)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만큼 섣불리 결정했다가는 수십 조원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광고전문가는 “지상파가 겉으로 시청자 복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UHD 콘텐트는 제작비가 비싸기 때문에 정부가 금지한 중간광고나 전문의약품, 병원 광고 등을 요구할 근거가 생긴다는 얘기다. 또 값비싼 UHD TV를 팔아야만 하는 가전사로부터 재정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고화질(HD) 방송으로 전환할 때도 가전사들이 지상파 DMB 중계망 구축 비용을 간접 지원했던 전례가 있다.



 마땅한 ‘UHD 콘텐트’가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HD로 구축된 제작 시설을 모두 UHD용으로 바꿔야 하지만 3사 어느 곳도 준비가 안 돼 있다. 정말 시청자를 위해 제작할 의지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지난 4월 지상파 3사는 정부, 가전사, 홈쇼핑이 함께 조성한 UHD 콘텐트 제작 펀드(71억원) 지원을 거부했다. 주파수를 먼저 주면 제작을 하겠다는 게 당시의 변(辨)이었다.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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