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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객 우롱한 국토부의 직행버스 입석 금지

중앙일보 2014.07.18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수도권 직행좌석버스 입석이 금지된 16일, 국토교통부는 “이용객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입석 대책이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시행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에선 출근시간에 버스를 못 타 지각을 한 경기·인천지역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이 안 좋아지자 국토부는 모니터링 결과 혼잡도가 높았던 노선을 중심으로 출근형 급행버스를 확충하는 등의 보완계획을 내놓았다. 17일 오후엔 수도권 지자체 담당국장과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보완대책을 협의하겠다며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직행버스 입석 금지는 1981년 도로교통법에 포함된 조항이다. 그러나 이용자가 많은 출퇴근 시간엔 입석을 관행적으로 묵인해 왔다. 그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가 법규를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직행버스의 입석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주민들의 예상되는 불편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사실 고속도로 나들목에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은 직행버스를 타면 출근 시간엔 항상 서서 와야 한다. 다리가 아프고 옆 사람과 부딪히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직행버스를 타는 이유는 지하철 등 대체수단이 없거나 있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울·경기·인천의 직행버스 노선에 222대를 증차하는 것을 보완대책이라고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출근 시간에 몰리는 이용자를 감당할 수 없다. 수도권 직행버스의 교통카드 이용 내역만 분석했어도 이렇게 대책 없이 입석 금지를 전면 시행하진 못했을 것이다.



 출퇴근 시 버스 증차도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이용객이 적어 버스회사가 적자를 볼 게 뻔하고, 그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출퇴근시간 교통 혼잡은 더 심해질 것이다. 대학생들이 개학하면 수도권 에서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세월호 사고 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을 강화해야 하지만 분석과 고민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내놓아선 안 된다. 항상 졸속행정은 또 다른 문제점과 위험을 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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