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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가안전처 신설은 정쟁 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2014.07.18 00:01 경제 10면 지면보기
유홍림
단국대 공공인재대학장
1912년 4월 15일 대서양 한 가운데에서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탑승객 2200여 명 중 1500여 명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102년이 지난 2014년 4월 16일,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하여 172명만이 구조되었다.



 국민은 사고신고 접수 및 출동은 물론 구조 과정에서 무능을 드러낸 해경에 배반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현장대응 책임을 맡은 해경뿐만 아니다. 국가차원의 재난대응체계도 철저히 무력화되어 있었다. 관계부처 간 혼선으로 생명 구조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곧이어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토대로 근본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5·19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안전시스템의 재정비를 약속한 바 있으며, 이에 정부는 6월 11일에 총리실 소속의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주요 목적과 내용은 분산되어 있는 재난·안전 기능을 통합 관리하고 재난현장의 전문성·대응성을 강화하기 위한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구축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소속 문제와 지위 및 형태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소방조직의 기능·위상의 축소 및 해상치안의 약화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견과 우려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어떠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일지라도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완벽할 수 없는 대안들 가운데 시대적 요청에 가장 부합되는 강점을 지닌 대안 하나를 선택하되, 그 대안이 지닌 약점을 보완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정부조직설계의 한계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준비했던 안전행정부도 이러한 한계를 알고 있기에 조만간 신설될 ‘국가안전처’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을 개정해 각 부처에 대한 관련 예산의 사전협의·평가는 물론 통합되는 소방과 해경의 재난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할 예정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따라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해 종합적이고 신속한 재난안전 대응 및 수습체계의 마련이라는 기본방향에 부합한다면, 원초적으로 정답이 없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간의 소모적 논쟁이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야당은 정부조직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이자 임무임을 상기하여 개편안 심의에 임해야 하고,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를 경청해 보완하려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의 간절한 염원이자, 이번 참사를 겪은 후 우리 사회가 걸어야 하는 참된 속죄의 첫 걸음일 것이다.



유홍림 단국대 공공인재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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