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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스펙 경쟁 … 나는 해외로 간다

중앙일보 2014.07.17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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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경씨(左), 안강석씨(右)
2011년 한국외대 이탈리어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강현경(28·여)씨에게 색다른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즐겨 입는 브랜드인 유니클로 일본 본사에서 외국인 인재를 특채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전공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연중기획] 젊은이에게 길은 있다
중앙일보·대통령직속 청년위 공동 캠페인 … 해외서 일자리 만드는 청년들
전공 불이익 걱정하던 강현경씨
유니클로 일본 본사 도전 … 점장에
지방대 식품영양 전공 안강석씨, 캄보디아서 트럭 과일빙수 창업



 강씨는 영어·이탈리아에 능통하고,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해 말 유니클로에 최종 합격한 그는 현재 일본 지바시 직영점 점장을 맡고 있다. 급여는 일본인 사원과 똑같다. 여기에 거주할 집과 1년에 한번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교통비, 일본어 교육비 등이 추가로 지급된다. 강씨는 “스펙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해외 취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한해 4000명 해외 취직 … 전문직 진출 늘어



 세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좁은 국내 인력시장에 학점·스펙쌓기에 몰두하는 대신, 외국에서 실무능력과 꿈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날개를 펴겠다는 젊은 도전이다. 16일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에 따르면 산업인력공단(산인공)을 통해 해외에 취업한 20~30대는 2008년 1434명에서 2012년 4007명으로 늘었다. 2008년에는 중국·일본에 저임금, 단순 노무직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호주·캐나다·싱가포르 등으로 취업 국가가 다양해지고, 전문직 진출도 늘었다는 게 청년위의 설명이다. 청년위 김상희 정책단장은 “이젠 단순히 해외 취업자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안정적이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질적 측면에서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도 넓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동포기업 PDS컨설팅에서 일하고 있는 정해범(29)씨는 2011년 진로를 고민하다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 소재 전문대를 나온 그는 중견기업·대기업 입사를 꿈꿨지만, 한국에서의 ‘스펙의 벽’은 높았다. 정씨는 그해 5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인턴사업’을 통해 PDS컨설팅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고, 6개월 뒤 정직원으로 채용돼 현재 시장조사·수출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정씨는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고 보람도 크다”며 “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비지니스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일자리에 취업만 있는 건 아니다.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창업은 청년들만의 ‘블루오션’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가면 작은 트럭에서 파는 독특한 요구르트 과일빙수를 맛볼 수 있다. 안강석(27)씨가 올해 초 선보인 ‘스노우 망고’라는 프랜차이즈다. 울산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의 식자재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동남아시아에서의 창업에 도전했다. 안씨는 “한국에선 일반적으로 보이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개발도상국에 적용하면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거듭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수입은 적지만, 비전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취업·창업은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힘이 된다. 청년 실업문제 해소는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중진공 박철규 이사장은 “연수·봉사 등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대학생이 매년 3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막상 취업을 할 때는 대기업·공무원·공기업으로만 몰린다”며 “해외 취업·창업은 국내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의 관심도 크다. 지난달 24일 63빌딩 주니퍼홀. 고용노동부·산인공이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K-Move 멘토·멘티 만남의 장’에는 해외 취업에 관심이 높은 청년 300여 명이 몰렸다. 청년들은 해외 취업 전문가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귀를 쫑긋 세웠다. 산인공 황윤상 취업기획팀장은 “당초 접수를 하지 못했던 학생들까지 대거 참석해 발딛을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청년위가 취업·창업을 준비중인 20~30대 1004명을 대상으로 해외 일자리에 대한 의식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3명(73.4%)은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해외에 진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정부가 ▶해외 일자리 정보 제공(27.3%)▶해외진출 상담센터(21.4%)▶멘토링 지원(15.8%)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원했다. 독일 MKC로지스틱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소연(28·여)씨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이라면 누구나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한국인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작은 불씨만 키워준다면 해외에서 가능성을 펼칠 인재가 많다”고 말했다.



취업 설명회 북적 … 제도적 지원 아직 부족



 청년들의 해외 취업·창업 활성화를 위해선 이들의 관심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 일자리 정보 제공을 늘리고, 취업연수 프로그램·상담센터 등도 확대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에 비해 돌발변수가 많은 만큼 사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도 개선해야한다. 물론 청년들 스스로도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 취업이 어렵다고 해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해외 취업을 생각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한국산업기술대 경영학과 서종현 교수는 “해당국의 산업별 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력을 발굴해내는 식의 맞춤형 지원으로 가야한다”며 “지식·기술·언어는 물론, 해당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도 병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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