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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맞나

중앙일보 2014.07.16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서울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용산지사의 개장을 둘러싸고 한국마사회와 지역주민 간의 대립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화상경마장 건물을 완공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반년 넘게 개장을 미뤄왔다. 그러다가 마사회가 지난달 28일 용산 화상경마장을 시범 개장하면서 지역주민과의 대립이 시작됐다. 마사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시간을 두고 문을 열었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교육 및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을 사전 통보 없이 기습적으로 개장했다고 비난한다.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치닫자 서울시는 청와대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은 15일 "10월 말까지 시범운영토록 하라”고 결정했다. 첨예하게 대립 중인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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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시설 폐쇄하면 신뢰 위기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용산 장외발매소 이전을 두고 한국마사회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시범운영을 시작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한국마사회를 향하고 있 다.



 이번 문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도심 내 장외발매소의 정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경마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경주마 및 대규모 시설로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경마장 증설로 모든 경마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원거리 고객에게 관람 편의를 제공하는 장외발매소는 세계 모든 경마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문제는 한국에서 경마가 공급되는 기형적 방식이다. 하루 20시간 운영되는 카지노나 온라인 베팅 및 소매점 구매가 가능한 스포츠토토와 달리, 경마 고객들은 정부 규제에 따라 주 3일, 전국 3개 경마공원과 30개 장외발매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한적으로만 마권을 구매할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동시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규모 경마 관람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교통편의 등 접근성을 갖춘 도심 지역을 장외발매소 입지로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보완책 없이 장외발매소를 없애거나 교외로 격리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킨다. 접근성 저하로 대규모 경마 고객들이 불법 도박으로 유입될 수 있고, 경마로 조성되는 매년 1조7000억원대 공공재정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장외발매소가 순기능과 함께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이용객들의 습관성 경마 및 과몰입, 객장 과밀화에 따른 혼잡 비용 등 역기능은 장외발매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이런 역기능은 장외발매소가 도심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례 없이 까다로운 정부의 매출총량·업장설치 규제에 따라 오히려 도심에 현실적인 경마 수요보다 장외발매소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수많은 장외발매소가 생활밀접지역에 있지만 건전한 경마 관람 문화가 정착된 해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홍콩에는 2개의 경마장이 있지만 100개 장외발매소가 도심에 밀집해 있다. 장외발매소 숫자가 1만여 개에 달하는 영국, 프랑스에서는 편의점에서 간식거리 사듯이 어디서든 마권을 사고 연중무휴로 경마 중계를 즐길 수 있다.



 공급만 억제하면 수요가 자연스레 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수요를 반영해 공급을 늘리되, 수요를 건전하게 해소하고, 과도한 몰입을 완화하는 건강한 공급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요컨대 ‘어디에 있는가’보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문제 해결의 본질이다. 용산 장외발매소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위치보다 구태 경마문화 개선과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장외 혁신모델’을 표방한 용산 장외발매소에는 관람 환경 고급화와 주민 전용 복합문화공간 설치를 위해 무려 1200억원이 투자되었다. 까다로운 법적 설치·이전 기준을 충족하고 국가와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은 합법적인 사업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아무런 타당성 검증이나 절충안 모색 없이 일부 주민의 정서적 반감을 근거로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반대 측이 주장하는 무조건적 폐쇄는 한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책임과 희생의 범위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헌법상 ‘신뢰 보호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위헌적 요구다.



 용산 장외발매소는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들의 의사로 제정된 법을 통해 객관적인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받아 추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 세력화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정부와 정치권은 스스로가 만든 법과 약속을 훼손하는 자기배반을 범하고 있다. 국가의 행정 행위가 여론에 따라 갈대처럼 휘청대는 환경 속에서 어느 기업이 지역경제를 위해 투자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대중 영합적 ‘쇼맨십’보다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사행시설 외곽 이전이 순리다



이헌욱
도박규제네트워크 사무총장
변호사
한국마사회는 전국에 30개의 장외발매소를 개설하고 있는데 이 중 23개는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생활밀집지역에 위치해 있다. 마사회가 이처럼 생활밀집지역에 장외발매소를 개설한 것은 이용 고객의 편의성을 제고해 수익성 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마사회가 지속적으로 장외발매소를 통해 매출을 증대시켜 온 결과, 2012년 우리나라 사행산업 총매출액 19조5443억원 중 경마의 총매출액이 7조8397억원으로 전체 사행산업 매출의 40%를 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경마 매출 중 장외발매소의 매출 규모가 5조6604억원으로 77%를 차지하고 있다.



 마사회가 추진하는 장외발매소 중심의 매출 증대 전략은 마사회의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외발매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경마를 통해 얻은 수익을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하더라도 경마가 도박이라는 본질은 변할 수 없 다.



 도박은 생리적 흥분을 유발하는 몰입형 놀이다. 모든 놀이가 다 몰입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도박은 특히 몰입의 정도가 심하다. 과도한 도박은 전 재산을 잃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이혼을 하거나, 자살에 이르게 될 정도로 심각한 도박 중독을 초래할 수 있고 범죄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각종 사회보장 비용을 증가시킨다.



 2012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 발표한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유병률, 즉 CPGI(Canadian Problem Gambling Index)는 7.2%에 달한다. CPGI는 영국이 2.5%(2010년), 프랑스가 1.3%(2010년), 호주가 2.4%(2010년), 뉴질랜드가 1.7%(2009년) 등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유병률이 선진 외국에 비해 3~4배 높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장외발매소는 레저적 요소는 거의 없이 베팅을 위한 장소로만 기능하고 있어 본장에 비해 높은 도박중독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 경마 본장의 경우 도박중독유병률이 47.8%, 경마 장외발매소의 경우 도박중독유병률이 69.3%로 나타났다.



 사행산업은 부작용이 크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고립화·집중화 원칙을 적용해 일반 국민의 생활공간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예로 들어 보면,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세워진 도시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고립된 장소에 카지노를 집중화시켜 놓고 관리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도 나름대로 고립화 원칙을 관철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경마 장외발매소는 국민들의 생활밀집지역에 파고들어 국민들의 생활공간을 도박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용산이나 대전시 월평동같이 장외발매소가 학교 인근에 설치되는 경우에는 고립화·집중화 원칙뿐만 아니라 청소년 보호 원칙에도 위반된다. 청소년은 사행산업으로부터 엄격히 보호돼야 하고, 사행산업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청소년에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학교 인근에 설치되는 장외발매소는 의도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접근하는 결과가 되므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장외발매소는 생활밀집지역에 침투한 도박장이다. 정부가 불가피하게 사행산업을 허용하더라도 도박장이 생활밀집지역에 침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조속히 도심에 침투한 장외발매소를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폐쇄해야 한다.



 모든 장외발매소를 당장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지역 주민들이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기 원하는 지역에만 장외발매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미 설치된 장외발매소라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지역 주민의 의사를 수렴해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장외발매소는 폐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헌욱 도박규제네트워크 사무총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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