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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무릎과 무릎 사이'

중앙일보 2014.07.16 00:10 종합 35면 지면보기
“58년 개띠 여자도 성욕이 있어요?”



 남자 후배의 당혹스러운 질문에 시인인 내 친구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58년이라. 아마도 관심 없을걸”이라고 했단다.



 58년 개띠 부인이 ‘이유도 없이’ 짜증을 자주 내니까, 자기가 ‘안(?) 해줘서’ 그런가 보다 싶다며 선배인 내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거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일반화시킬 수야 없겠지만, 환갑이 다 된 여자라면 남편의 ‘못마땅한 어떤 다른 행동’이 짜증의 이유일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한밤중에 목욕을 하거나, 갑자기 야한 옷을 사거나, 짜증을 부리거나. 남편들은 부인의 이런 행동들을 모조리 부부관계와 연관을 두고 해석한다. 엄청 단순하다. 0 아니면 1. 완전 디지털 해석법이다. 대청소하느라 땀을 흘려 개운하게 자고 싶어 목욕을 했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입은 것을 보고 입고 싶어서 샀거나, 재밌게 사는 옆집 친구가 부러워 짜증을 냈거나. 이유는 다양하다.



 요즘 TV에 자주 등장하는 광고 하나. 우거지상 얼굴의 까칠해 보이는 한 주부가, 퉁명스럽게 아침 밥상을 차리고 있다. 그녀의 눈치를 보며 식탁에 앉는, 양복 입은 남편과, 교복 입은 아이들이 나오면서, TV 화면 가득히 ‘갱년기 치료약’이 오버랩된다. 집에 신경질 부리는 엄마나 부인이 있다면, 이 약을 선물하라는 거다.



 하지만 선물하기 전에, 짜증 내는 이유가 뭘까 생각 좀 해보면 어떨는지. 나도 갱년기를 겪어봤지만 이유 없는 짜증이란 없다. 갱년기로 인해 짜증의 강도가 더할지는 몰라도, 이유는 꼭 있다.



 몸은 힘든데 집안일은 줄지 않고. 월급은 그대로인데 식구들은 반찬 투정. 비싼 돈 들여 학원 보내도 자식 성적은 늘 그 자리. 짜증 이유야 무궁무진하다.



 누구는, 남자와 여자가 각기 다른 ‘별에서 온 그대’라 했다.



 어쩌면 남자는 ‘ON, OFF’ 스위치 두 개만 있는 단순한 기계이고, 여자는 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 ‘ON, OFF, 위아래로 돌리기, 뒤집기, 부드럽게, 강하게…’ 등의 스위치가 많은 복잡한 기계인지도 모른다.



 복잡한 기계가 더 명품이란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틀어지면 복잡해서 회복시키기 더 힘든 게 여자다.



남편들이여. 문제만 생기면 모든 걸 ‘무릎과 무릎 사이’로 연관 지어 풀려고 하지 말고, ‘무릎과 무릎’을 마주 대고 앉아 눈을 바라보며 대화로 풀어보면 어떨까. 물론 모든 남녀를 일반화시킬 수야 없겠지만 말이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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